조지 펠 추기경이 2017년 6월 교황청에서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가톨릭 서열 3위’인 조지 펠(78) 추기경이 여생을 기도실이 아닌 감옥에서 참회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 법원은 13일 아동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펠 추기경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3년8개월 동안은 가석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교황에 다음가는 직급인 추기경이면서 지난달까지 교황청 재무원장으로 재직한 펠 추기경은 전세계로 중계되는 선고 법정에서 판사의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피터 키드 판사는 “내 생각에 당신의 행위 배경에는 충격적일 정도의 오만함이 있다”며 “피해자들의 고통에 냉담하고 무관심했다”고 질타했다. 또 “당신은 가톨릭 교회의 결함이 만들어낸 희생양이 아니다”라며, 심각한 범죄로 세속 법정에서 처벌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펠 추기경은 판사의 주문 낭독을 묵묵히 경청했다.
펠 추기경은 멜버른 대주교를 할 때인 1996년 일요 미사 뒤 성구 보관실에서 13살 성가대 소년 2명에게 제의용 포도주를 먹이고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중 1명은 구강성교를 강요당했다고 진술했다. 한달여 뒤 소년들 중 1명을 또 추행한 혐의도 유죄가 인정됐다.
한 피해자가 2015년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 사건은 다른 피해자가 헤로인 중독으로 2014년에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더 공분을 샀다. 그의 아버지는 활달하고 노래를 잘 부르는 아들이 명문 학교에 진학하고 멜버른 성패트릭성당의 성가대원으로 뽑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으로부터 1년쯤 지나 성가대와 학교를 그만두고, 이후 마약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펠 추기경의 변호인은 “예복을 입은 채 성기를 노출하고 미성년자를 추행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미친 자들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에이피>(AP) 통신은 펠 추기경이 2016년 교황청 근처 호텔에서 경찰 조사를 받을 때 “그런 사악하고 역겨운 행위”를 자신 같은 성직자가 했겠느냐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펠 추기경은 항소할 방침이다.
가톨릭 교회를 몇년째 수렁에 빠트린 성폭력 파문은 고위 성직자들의 잇따른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프랑스의 필리프 바르바랭 추기경이 다른 사제의 아동 성폭력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죄로 징역 6월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교황청은 지난달 16일 아동 성추행 혐의를 받는 미국의 시어도어 매케릭(89) 전 추기경의 사제직을 박탈했다. 그는 48년 전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인정돼 지난해 7월 우선 추기경 직위를 박탈당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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