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망령 부활했나 타지크 거리 곳곳에 ‘철십자’
타지크 거리 곳곳에 ‘철십자’
“아라안 정체성 살릴 국가상징”
아리아인의 전통을 되살리고 철십자(?5s사진)를 국가적 상징으로 삼는다. 길거리의 플래카드나 깃발, 관공서 곳곳에 철십자 표식이 눈에 띈다. 나치독일 얘기가 아니다. 소련 해체 뒤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최빈국 타지키스탄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1994년 이후 장기집권하고 있는 에모말리 라흐모노프 대통령은 2년전 철십자를 국가통합의 상징으로 정하고 내년을 ‘아리안 문화의 해’로 선언해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리안 문화를 널리 알리고 어린 세대들에게 민족자결 정신을 길러준다는 게 취지다. 관리들과 관변 언어·억사학자들은 “6백만 인구의 80%가 수니파 이슬람이지만, 언어학적으로 타지크어는 페르시아어에 가깝다”며 “터키의 영향이 큰 중앙아시아는 비아리안적 환경이므로 보다 강력한 민족적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치나 파시즘을 연상시키는 철십자를 국가 상징으로 정한 데 대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러시아로 돈벌이 나간 젊은이들이 철십자 표식을 단 러시아 ‘스킨헤드’족의 인종주의 폭력에 희생되는 일이 빈번해 국민들 사이엔 철십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한 타지크인 여성은 <라디오프리유럽>과 인터뷰에서 “내 할아버지는 나치독일과 싸웠고, 작년엔 옆집 아들이 러시아에서 스킨헤드에게 목숨을 잃었다”면서 “역사를 재발견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최근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외신종합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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