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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50년 개돼지 취급 못 참겠다”…파푸아 반정부 시위 격화

등록 2019-09-01 20:42수정 2019-09-01 20:46

군 장교 등 인종차별 발언 도화선
2주째 시위 이어지며 독립 요구도

시위 학생 ‘반역죄’ 체포·군경 증파
‘유혈 분쟁’ 격화될라 우려 고조돼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 메단시에서 31일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파푸아 출신 학생들이 얼굴과 몸에 파푸아 분리주의자들이 독립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새벽별 기’를 그린 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한편, 파푸아의 독립을 촉구하고 있다. 메단/A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 메단시에서 31일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파푸아 출신 학생들이 얼굴과 몸에 파푸아 분리주의자들이 독립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새벽별 기’를 그린 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한편, 파푸아의 독립을 촉구하고 있다. 메단/A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의 동쪽 끝 뉴기니섬 서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파푸아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2주째 들끓고 있다.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인 지난 17일 국기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파푸아 출신 대학생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군 장교와 민족주의 성향 민병대가 ‘파푸아인들은 원숭이, 개, 돼지나 다름없다’고 조롱하며 과잉 진압을 한 게 발단이었다. 1969년 인도네시아에 병합된 이후 50년 동안 인종차별과 수탈에 시달려온 파푸아인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반정부 시위는 독립 요구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파푸아에 대대적인 군·경찰 증파에 나선 데 이어, 시위 참가 학생 등을 ‘반역죄’ 등 혐의로 체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유혈 분쟁이 격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경찰이 파푸아 출신 학생 7명과 ‘서파푸아를 위한 인도네시아 인민연대’의 대변인 수랴 안타 등 8명을 ‘반역죄’ 혐의로 체포했다고 현지 <자카르타 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이들은 파푸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28일 자카르타 대통령궁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수백명의 학생들과 함께 파푸아 독립의 상징인 ‘새벽별 깃발’을 흔들며 파푸아인의 자결권 보장을 위한 국민투표를 촉구한 바 있는데, ‘파푸아는 인도네시아 국가의 일부’인 만큼 이들의 행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반역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31일 파푸아의 주도 자야푸라에 질서 유지 등을 명분으로 2500명의 군경을 증파하기도 했다. 지난 28일 파푸아 외곽 데이야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실탄을 발포해 민간인 2명이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건물에 대한 방화가 일어나는 등 시위가 더욱 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인종차별적 발언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약속하며 진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한번 불붙은 파푸아인들의 시위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참에 자결권을 되찾자는 요구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 바닥에는, 1969년 전함과 전투기를 동원한 인도네시아 정부군의 협박 속에 사실상 강제 병합된 이후 50년 넘게 ‘2등 시민’이나 다름없는 차별에 시달려왔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파푸아인 대다수는 멜라네시아 인종에 기독교 신자다. 이슬람교도가 주를 이룬 인도네시아 주류와 문화적 배경이 많이 다르다. 파푸아는 세계 최대급 금광을 비롯해 다양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인도네시아 안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꼽힌다. ‘수탈’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지난해 2월 이 지역에서 홍역과 영양실조 위기가 발생해 어린이 등 72명이 목숨을 잃은 뒤로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파푸아 독립운동 단체들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분파들 사이의 단합을 도모하며 결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시민사회단체 연합은 시위 참가 학생들에 대한 체포 등 정부의 강경 대응이 “오히려 파푸아 사태를 한층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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