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홍콩 범민주 진영의 지지자가 ‘백색테러’를 옹호해 홍콩 시위대의 분노의 표적이 됐던 친중계 후보 허쥔야오가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성을 외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중산층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절실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5일 홍콩 구의원 선거가 71.23%라는 ‘역대급’ 투표 참여율을 기록하며 ‘범민주 진영의 압도적 승리-친중파 몰락’이란 결과를 불러온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버스 노선이나 쓰레기 수거 등 생활 밀착형 지역 문제가 집중되는 구의원 선거에 시큰둥했던 상당수 중산층 유권자들이 6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결산할 ‘국민투표’ 성격을 띠게 된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적극 투표로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투표 참여 열기 덕분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 중산층 거주 지역의 투표율이 유독 높게 나타난 점이 도드라진다. 한 예로 샤틴구 시티원 선거구의 경우 유권자 9744명 중 7922명(81.3%)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곳은 범민주 진영의 거점 지역인데도 2007년 이후 친중국계 웡카윙 의원이 내리 당선됐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범민주 진영 공민당 후보로 나선 기자 출신 웡만훈이 당선됐다.
앨빈 영 공민당 대표는 “시티원의 투표율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시티원의 이런 선거 결과는) 중산층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율이 낮았더라면 자금·조직 동원력이 좋은 기존의 친중계 후보들이 당선됐을 테지만, 중산층 유권자들이 적극적 투표로 목소리를 낸 까닭에 판세가 뒤바뀌게 됐다는 취지다. <뉴욕 타임스>는 10명 중 7명이 투표에 참여한 이번 선거는 비록 최근 시위가 과격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도 여전히 민심은 민주화 시위에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6개월간 홍콩 사회를 뒤흔들었던 반정부 시위의 주력이었던 ‘젊은층’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한 것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청년세대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직접 후보로 출마한 것은 물론 투표율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선거에선 18~35살의 청년세대 유권자가 12.3%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 유학생으로 나가 있던 청년들이 선거를 맞아 홍콩으로 대거 돌아와 한 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죄인송환조례 반대(반송중) 운동을 이끈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를 비롯해, 선거 출마를 금지당한 홍콩 민주화 시위의 리더 조슈아 웡을 대신해 나선 켈빈 람 후보 등 청년세대들이 후보로 출마해 쟁쟁한 친중계 후보들을 물리쳤다.
대표적 친중파 의원으로,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 후보에게 낙선한 마이클 티엔 입법의원은 “젊은층 유권자들의 증가는 우리에게 이들이 좀더 정치 참여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경종을 울린다”며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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