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22일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한 스타디움에서 만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 정부가 최근 격화되는 시민권 수정법 반대 시위 등에 맞서 인터넷 차단 등으로 권위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 민주주의의 근간인 세속주의를 대체하는 힌두주의도 강화되고 있다.
인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반정부 시위 등에 대처하고자 지난해 134차례, 올해 93차례나 인터넷 사용을 차단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지난해 인근 파키스탄의 인터넷 차단은 12차례, 권위주의 체제인 터키와 시리아조차 각각 1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인도 인접국인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3개국 출신 불법 비무슬림 이민자들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하는 시민권 수정법에 대한 인도 무슬림의 반대 시위가 지난주부터 격렬해지자, 아삼·메갈라야·트리푸라 등 북동부 주의 인터넷이 차단됐다. 인구 밀집 주인 서벵골의 대부분과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일부 지역에서도 인터넷이 먹통이 됐다.
무슬림이 다수인 북부의 카슈미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모디 정부가 지난 8월5일 카슈미르의 특별자치 지위를 박탈하고 인도의 일반 주로 편입하면서 군을 파견해 모든 통신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135일째 불통 중이어서 최소한 6천만명의 이용자가 ‘오프라인’ 상태다. 주민들은 비행기를 타고 인근 주로 가서 자신들의 이메일을 보기까지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모디 정부의 이런 권위주의적인 통제 정책은 모디 총리가 올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강화되고 있다. 집권 인도국민당의 우파 힌두민족주의 이념과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다. 전국 시민권 등록 강화도 그 일환이다. 이 제도를 반대하는 쪽은 모디 정부가 시민권을 등록·심사하는 과정에서 무슬림을 배제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슬림이 많이 사는 아삼에서는 이 과정에서 이미 200만명이 시민권에서 배제됐다. 인도에서 약 2억명에 이르는 무슬림 주민은 이런 조처들이 무슬림을 차별하는 힌두주의 강화이며, 인도를 힌두 국가로 만들려는 음모라고 주장한다.
모디 정부는 단호한 입장이다. 아미트 샤 내무장관은 시민권 수정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바위처럼 단단하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7일로 엿새째를 맞는 시민권 수정법 반대 시위에 대한 인도 경찰의 대응도 강경해지고 있다. 수도 델리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경찰은 허공으로 실탄을 발사하거나 최루탄을 쏴 강경진압했다. 서벵골에서는 시위대가 사제폭탄을 경찰에 투척하기도 했다.
인도 대법원은 이날 최근 시위 사태에서 경찰의 잔학행위에 대한 조사를 주 고등법원들에서 다루라고 명령했다. 지난 15일 델리의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교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약 200명이 경찰에 의해 부상당하는 등 전국적으로 경찰의 강경진압이 계속돼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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