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1일 새해 첫날부터 “물난리”가 났다.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밤새 폭우가 내리면서 자카르타 주요 도로와 통근 열차 선로, 주택과 차량이 곳곳에서 침수되고, 정전도 잇따랐다. [독자 김유미씨 제공]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작년 마지막 날부터 새해 첫날 새벽까지 쏟아진 폭우와 홍수로 2일 저녁 현재까지 최소 26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들은 감전사한 16세 학생을 비롯해 저체온증, 익사, 산사태 등으로 숨졌다. 아울러 자카르타 수도권에서 수천 채의 주택·건물이 침수되면서 3만1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자카르타 동·서·남·북·중앙에 269곳의 이재민 캠프가 설치됐다.
기상기후지질청(BMKG)에 따르면 자카르타 동부의 할림 페르다나쿠수마 공항에 작년 12월 31일 하루 동안에만 377㎜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2007년 자카르타에 340㎜의 폭우가 쏟아진 데 이어 최대치다. 할림 공항 활주로가 하루 동안 폐쇄되면서 1만9천여명의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아울러 자카르타 동부 민속촌 '따만 미니 인도네시아 인다'에 335㎜, 브카시 자티아시(Jatiasih)에 259㎜가 내렸다.
비는 1일∼2일 밤사이에도 곳에 따라 계속 내렸고, 일부 지역에는 호우 조기경보가 내려졌다. 기상기후지질청은 오는 7일까지 폭우가 반복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인도네시아는 작년 11월부터 우기에 접어들어 수마트라섬, 술라웨시섬 등에서 홍수 피해가 잇따랐으나 자카르타 수도권에 수해가 발생한 것은 이번 우기 들어 처음이다.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한국 교민 피해도 잇따랐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교민 다섯 가족이 주택 침수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피해 교민들은 지난밤 주택 2층에서 잠을 자거나, 차량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땅그랑의 가장 큰 한인 신발공장 중 하나로 꼽히는 곳도 인근 강이 범람하면서 침수됐다. 이 공장 사택에 사는 한국인 20명 이상이 지난 밤 침수와 정전·단수로 대피했다.
김창범 주인도네시아 대사는 이날 피해를 본 교민 집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사관·한인회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땅그랑 반튼 한인회는 이날 오후 라면과 생수 각 500박스 등 수재민을 위한 구호물품을 신속히 준비해 땅그랑 시의회에 전달했다.
한편, 홍수로 뱀이 떠내려오면서 도심에서 뱀을 잡는 사진과 동영상이 SNS를 통해 퍼졌다. 랑카스비퉁이라는 지역에는 홍수로 수천 마리의 큰 물고기가 하천 하류로 밀려와 주민들이 맨손이나 그물로 고기를 잡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