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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러-우크라 ‘체면 살린’ 가스 협상

등록 2006-01-04 18:46수정 2006-01-04 23:51

이중가격 도입 극적인 분쟁 타결
EU선 “대안 에너지 정책 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 분쟁이 4일 이중가격 도입이라는 극적인 협상안을 이끌어냄으로써 끝을 맺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레르 회장과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인 나프토가스의 올렉시 이프첸코 회장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가스프롬이 출자회사인 로스우크레네르고에 1000㎥당 230달러에 가스를 팔고, 로스우크레네르고는 이를 우크라이나에 95달러에 판다는 데 합의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지난해까지 1000㎥당 50달러였던 가스값을 애초 요구대로 230달러로 올렸다는 명분을 확보했고, 우크라이나는 이전보다 조금 오른 95달러에 가스를 확보하는 실리를 챙겼다. 우크라이나는 또 가스가 자국 영토를 100㎞ 통과할 때마다 받던 통관료를 1000㎥당 1.09달러에서 1.60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세르게이 쿠프리야노프 가스프롬 대변인은 로스우크레네르고가 이처럼 135달러의 차액을 떠안을 수 있는 것은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가스를 싸게 들여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우크레네르고는 가스프롬 은행과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슨 은행이 합작한 회사로 주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가스를 수입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 시험가동=러시아는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에너지 무기’의 위력을 시험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에 가스 가격을 1000㎥당 50달러에서 160달러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가 5년 간 단계적 인상을 고집하며 버티자 국제 시장가격인 230달러로 올리겠다고 배짱을 부렸다. 러시아의 이런 강수엔 친미·친서방으로 기운 옛소련 구성국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의 성격도 깔린 것으로 분석됐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관통하는 가스관의 통관료를 네 배 인상하고, 흑해함대의 기지 사용료(9700만달러)도 크게 올리겠다고 버텼다. 거리상 러시아와 가까운 만큼 1000㎥당 230달러 인상 요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는 75∼80달러의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러시아는 결국 우크라이나로 가는 가스관을 잠갔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인 것은 48시간도 안 됐지만, 유럽 국가들을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서유럽이 사용하는 가스의 50%가 러시아산이고, 이 가운데 85%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고 있다.

유럽 에너지 정책 재고 움직임=3일 유럽연합 25개 회원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취약성을 드러낸 에너지 안보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원자력과 청정석탄 및 재생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고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러시아산 가스의 최대 수입국인 독일은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접는 모습을 보였다. 미카엘 글로스 경제장관은 “러시아가 신뢰할 만한 공급자임을 스스로 입증할 때만 러시아산 가스 구매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2021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기하기로 한 정책의 재고를 촉구해 에너지 정책 논쟁에 불을 지폈다.

올 상반기 유럽연합 순번 의장국인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 차원에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의 가스 재고를 늘려 필요할 때 서로 팔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이탈리아도 원자력 정책의 재고를 시사했고, 폴란드는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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