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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또 하나의 이벤트’ 트럼프 인도 방문

등록 2020-02-25 21:07수정 2020-02-26 02:13

인도, 30억달러 상당 무기 구매키로
미 압박에도 무역협상 진전은 없어
5G 화웨이 배제 요구도 수용 안해

트럼프, 챙겨갈 경제적 선물 없지만
인도계 유권자 표 겨냥 선거철 바운
모디 총리도 소요사태 속 정치력 과시
25일 인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델리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 ‘라지가트’에서 손에 한가득 꽃잎을 담았다가 공중에 뿌리며 헌화하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25일 인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델리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 ‘라지가트’에서 손에 한가득 꽃잎을 담았다가 공중에 뿌리며 헌화하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미국과 인도가 아닌 트럼프와 모디를 위한 이벤트’.

인도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양국 정상회담을 하고 인도의 미국 무기 구매 등 양국의 방위 협력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양국의 현안인 무역협정에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계속 협상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방문이 양쪽의 필요에 따른 ‘이벤트’ 차원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뒤 모디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인도가 30억달러 상당의 미국 무기를 구매하기로 했다며, 자신의 인도 방문은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인도는 헬파이어 미사일이 장착된 록히드마틴의 공격용 시호크 헬기 24대를 26억달러에 구매하는 한편 6개의 아파치 헬기도 구매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최근 양국 관계에 알력을 자아낸 무역 문제에서는 별다른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우리 팀들은 포괄적 무역협정에 엄청난 진전을 봤고, 나는 우리가 양국에 엄청난 중요성을 갖는 협정을 타결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해, 이번 회담에서 무역협정 타결의 진전이 없었음을 인정했다.

트럼프는 이번 방문에 앞서 인도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 삼으며 지난해 인도에 대한 일반특혜관세제도(GSP) 대우를 종료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미국은 이를 지렛대로 대인도 미국 수출품의 관세 인하, 전자상거래 등에서 양보를 요구했으나 인도는 움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일반특혜관세제도 대우 회복을 요구했다. 이번 방문에 앞서 양국은 무역협상의 ‘빅딜’을 추구하다가 여의치 않자 ‘미니딜’로 타결보자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마저 무위로 돌아갔다.

트럼프는 또 인도에서 5세대(5G) 통신의 안보적 중요성을 모디 총리와 논의했다고 밝혀 인도가 추진 중인 5G 사업에 중국 화웨이의 참여 금지를 요구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인도 통신회사들은 화웨이 등 중국 회사들의 네트워크 장비를 오랫동안 사용해오고 있으며, 미국의 화웨이 배제 요구를 아직 수용하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양국 현안에 대한 뚜렷한 타결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는데도 트럼프가 인도 방문을 추진한 것은 두 정상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오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의 인도계 유권자들의 표가 절실하다. 미국 내 인도계 시민은 약 450만명이다. 이 중 유권자는 현재 140만명 정도인데, 지난 대선 때 그중 16%만이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디 역시 트럼프가 필요한 시점이다. 모디 정부는 최근 힌두민족주의에 입각한 무슬림 배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국내에서 심각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인도 내 최대 종교 소수집단인 무슬림들로부터 종교 차별이라는 격렬한 반발을 사면서 아직도 소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방문한 이날도 델리에서 격렬한 시위가 이어져 7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모디 정부는 최근 심각한 경기 침체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 모디에게 트럼프의 방문은 국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정치적 이벤트인 셈이다. 전날 트럼프는 모디의 고향인 구자라트주의 아마다바드에 도착해 12만5천명이 모인 세계 최대의 크리켓 구장에서 환영식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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