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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제2의 죽음의 물결’ 다가온다

등록 2006-01-13 18:26수정 2006-01-13 18:34

파키스탄 대지진 100일, 혹독한 겨울나기
텐트 생활자 20여만명 극한의 굶주림·추위 무방비
한파·폭설 겹쳐 동사·폐렴 속출…긴급 구호금 절실

지난 10월8일 파키스탄 대지진으로 친인척 10명을 한꺼번에 잃은 무하마드 사르샤드 무그할(22). 무자파라바드 난민촌에 설치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비좁은 텐트(2×3m) 안에서 가족 6명과 함께 아무런 난방기구도 없이 3개월째 살고 있다. 생후 50여일을 겨우 넘긴 그의 딸 미리암은 살갗을 에는 매서운 추위에 두 차례나 폐렴에 걸려 죽다가 살아났다. 그나마 미리암은 무그할의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아침밥을 먹는다고 <에이피(AP)통신>이 11일 전했다.

8만7천여명의 사망자, 350만명의 이재민, 52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낳은 파키스탄 대지진이 발생한 지 15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그러나 텐트에서 생활하는 200여만명 가운데 상당수가 방한이 제대로 안되는 텐트 속에서 모포 1~2개에 의지한 채 생사를 넘나드는 혹독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현실화되는 제2의 재앙=무엇보다 이재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새해 초부터 히말라야 지역을 휩쓸고 있는 한파와 폭설이다.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와 노스웨스트 프런티어주의 산간지역에는 이달 들어서부터 영하 15도의 혹한을 기록한 가운데 최대 3m의 폭설이 내렸다. 지난 12월31일 새벽부터 사흘동안 눈이 내려 표고 1000~1200m 60㎝, 1500㎝ 이상은 90㎝의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파키스탄 기상당국은 밝혔다.

이에 따라 동사자와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파키스탄 영자지 <돈(새벽)>은 지난 8일 적어도 47명이 북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얼어죽거나 폐렴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8일 대지진 발생 직후 유엔 구호전문가들이 경고했던 ‘제2 죽음의 물결’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망자의 상당수는 어린아이이다.

파키스탄 비정부기구 ‘국제인권 업저버’가 지난 5일 무자파라바드의 임시병원 5곳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며칠동안 사망한 18명 가운데 15명이 18살 이하 어린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피해 지역에 보내진 200만개 텐트의 절반 이상은 히말라야의 혹한을 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14~22일 히말라야 지역에는 또 한차례 혹한과 함께 눈사태까지 예보돼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턱없이 부족한 국제사회 지원=유엔은 해빙기인 4월까지 생존자 구호활동을 위해 최소 5억5천만달러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지원액수는 47%인 2억590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지난 10일 의료팀 엔지니어, 비행사 등으로 구성된 1천명의 요원들을 이달 말까지 완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1500m 이상 산간마을 대부분은 연초 내린 폭설로 인한 눈사태로 연결도로가 끊겨 구호활동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생존에 위협을 받은 산간지역 이재민 50여명이 지난주 2대의 구호헬기를 습격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유엔은 일부 피해지역에 대한 헬기의 구호활동을 사흘간 중단하기도 했다. 유엔이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사고지역에는 잦은 눈보라로 인해 구호헬기의 운항이 수시로 중단됐다.

벤 발러 유엔 대변인은 “히말라야 특유의 강추위가 몰아치면서 열악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 관심을 호소했다.

김도형 기자, 외신종합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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