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에 거주하는 여성이 인터넷 청원 사이트에 남성도 가사 노동을 분담하라고 총리가 말해달라고 인터넷 청원 사이트에 올린 내용. 누리집 갈무리
“남자들도 가사 노동을 분담해주세요.”
인도 대도시 뭄바이에 사는 여성인 수바르나 고슈는 최근 인터넷 청원 사이트(chang.org)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 앞으로 청원을 올렸다. 그는 “모디 총리가 다음번 연설에서 인도 남자들에게 가사 노동을 똑같이 분담해달라는 말을 해달라”고 청원했다. 그의 청원에 22일 오후 기준으로 7만여명이 찬성한다고 클릭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인도 도시 남성 하루 가사 노동 시간은 29분으로 여성 312분에 견줘서,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그가 최근 이 고질적 문제에 대해서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계기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때문이다. 인도 중산층 상당수는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는데,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도시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지역에서는 가사 도우미 고용을 할 수 없다. 뭄바이도 도시 봉쇄가 이달 31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가사 도우미를 고용할 수 없게 되자, 중산층 가정에서는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은행가인 그의 남편은 “집안일을 돕는 타입이 아니었다”고 그는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십대인 아들과 딸이 가끔 돕는 정도였다. 지쳐버린 그는 집안일에서 손을 뗐다. 세탁실에는 빨랫감이 넘쳐나고 쓰레기는 점점 쌓여갔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남편과 아이들이 가사 노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사회적으로도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이다.
그는 청원에서 “코로나19가 갑자기 그리고 여러 측면에 위기를 가져왔다. 도시 봉쇄는 여성이 부담해왔던 무보수 가사 노동이라는 묵은 문제를 다시 직면하게 했다”며 “불평등한 무보수 가사 노동 분배 때문에 도시 봉쇄 기간 인도 전역의 여성에게 큰 타격을 받았다. 아직도 여성의 가사 노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이고 아무도 이 중대한 불균형에 관해서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모디 총리가 그의 바람대로 다음번 연설에서 인도 남자들에게 가사 노동 참여를 촉구할까? 그는 희망적이다. 그는 <비비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디 총리는 여성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니 여성들에게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우기가 시작되면 모디 총리는 감기에 관해서 이야기해왔다. 성 평등에 관해서는 이야기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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