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하와이 부근에서 열렸던 환태평양연합훈련 당시 다국적 해군의 훈련 모습. 미 해군 누리집
대만이 기대했던 환태평양 연합군사훈련(림팩)에 결국 참가하지 못했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도 미국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10개국이 참가한 세계 최대 연합군사훈련 ‘림팩’(RIMPAC)이 17일부터 미국 하와이 진주만 일대에서 시작됐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이 18일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25개국에서 참가국이 10개국으로 줄어든 이번 림팩에는 2014·2016년 훈련 때 초청됐던 중국은 물론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를 희망했던 대만도 초청받지 못했다.
이번 훈련을 앞두고 대만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 위치에 있는 대만의 림팩 참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갈수록 거세지는 중국의 공세에 맞서 연합군사훈련을 통해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대만 군당국은 지난달 말 성명을 내어 “림팩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해 연합작전 능력과 인도적 지원임무 등을 향상시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달 미국 상원이 대만과의 군사훈련 확대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2021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대만의 림팩 참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바 있다. 미 상원은 법안에서 “향후 림팩을 포함한 군사훈련에 대만을 초청하고,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1979년 단교 이후 최고위급 인사인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는 등 미국-대만 관계에 훈풍이 분 것도 대만의 림팩 참가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미국 쪽은 결국 대만의 림팩 참가를 공식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대만 <중앙통신>(CNA) 등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주펑 난징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미국이 이번 림팩에 대만을 초청하지 않은 것은 중국과의 잠재적 군사 충돌을 피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짚었다.
림팩 참가는 무산됐지만, 미국과 대만의 군사 분야 협력은 이어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14일 록히드마틴 쪽이 대만에 최신형 F-16 전투기 66대를 수출할 수 있도록 최종 승인했다. 모두 620억달러 규모로, 1992년 F-16s 전투기 150대 구매 계약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8월 관련 논의가 처음 공개됐을 때 중국 외교부 쪽은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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