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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일본· 필리핀서 ‘두 얼굴’ 미군

등록 2006-01-17 19:23수정 2006-01-17 20:18

오키나와에선 미군범죄 신속수사
필리핀에선 성폭행범 인도 거부
주일미군 재편 악영향 우려해 수사 초고속 협력
‘미국의 필리핀 무시’ 사실 알려진 뒤 분노 번져

최근 오키나와 주일미군 해병대 기지인 캠프 즈케란 안에서 발생한 택시강도 사건의 용의자가 현상 수배됐다. 미 해병대원으로 추정되는 흑인 용의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2천달러(약 200만원)를 준다는 내용이다. 수배 주체는 뜻밖에도 일본 경찰이 아니라 미군 당국이다. 지난 7일 기지내 막사 부근에서 택시 운전사가 강도를 당하자 미군 당국은 13일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홍보지 등을 기지 안에 배포했다. 주일미군이 미군 범죄 수사를 위해 현상금을 내건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주일미군은 또 6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서 미 항모 키티호크 승무원인 해군 병사가 일본 여성 파견사원을 강도살해한 사건에서도 신속한 협력 자세를 보여 일본 쪽을 놀라게 했다. 일본 경찰은 체포장을 제시하며 신병 인도를 요구한 지 불과 3시간 만에 용의자를 넘겨받았다.

1995년 미군의 오키나와 여중생 성폭행 사건으로 두 나라가 주일미군 지위협정 운용개선에 합의한 뒤, 미군 흉악범죄자에 대한 기소 전 신병인도 요청은 3차례 있었지만 2~5일이 걸렸다. 이번처럼 초고속으로 진행된 것은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희생자 가족에게 조의를 전했고, 주일미군사령관과 주일미해군사령관은 외무성·방위청과 해당 지자체 등에 사죄를 되풀이하고 있다.

미군 범죄인을 넘겨주는 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미군의 이런 두드러진 저자세는 주일미군 재편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한 때문이다. 두 나라 정부의 재편 합의안에 대한 기지 주변 주민과 지자체들의 불만이 악화하지 않도록 ‘초동진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미군은 그러나 지난해 11월 필리핀에서 합동군사훈련 기간 중 발생한 미 해병대원들의 필리핀 여성 집단성폭행 사건에선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1992년 미군기지 철수 뒤 처음 발생한 이 성폭행사건 직후 미군은 필리핀 경찰의 범인 신병 인도 요청을 거부하고 마닐라의 미 대사관에 이들을 구금했다. 미 대사관은 “미군지위협정상 범죄 혐의가 있는 미군의 신병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미국 정부 권한 내에 두는 것으로 돼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필리핀 경찰은 지난달 해병대원 6명 가운데 4명을 강간 혐의로 기소했고 13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미군의 신병 인도 거부를 강력히 비난한 것은 주로 시민단체와 좌파 정당이었다. 그러나 같은 미군의 강력범죄에서 일본과 달리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사태가 급변하고 있다. 미군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한 분노가 광범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에선 “3류 정부가 관리하는 2류 국가 취급을 받고 있다”며 비난했으며, 여당에서도 “강력한 대응이 미국과 필리핀의 건전한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 남부지역의 이슬람 무장 저항세력 소탕에 미국의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아로요 정부는 미국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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