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단 외우면 삼류대…19단 외우면 일류대?
수학능력 증진 목적 아닌 대입점수 높이려 ‘달달달’
수학능력 증진 목적 아닌 대입점수 높이려 ‘달달달’
얼마 전 한국에서 인도의 ‘19단 곱셈표 외우기’ 열풍이 분 적이 있다. 아이티(IT) 강국 인도를 떠받쳐 주는 수학 실력의 힘이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풍설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 교육 현장에서 ‘19단 외우기’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인도 최고 명문 델리대에서 만난 대학원생들은 대부분은 19단까지 외우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명문으로 알려진 델리의 스프링데일스학교를 최근 방문했다. 인도는 5학년까지가 한국의 초등학교, 6~10학년이 중학교, 11~12학년이 고교에 해당한다.
학생들은 4학년까지 대개 10단까지 암기한다고 말했다. 그후부터 12단까지의 암기가 시작된다. 한국의 고교에 해당하는 11~12학년이 되면 본격적인 대학입시 준비가 시작되면서 곱셈표 암기의 한계가 점점 올라간다. 대학시험 필수과목인 수학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경쟁이 치열한 법학과, 회계학과 등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종종 20단까지 외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슷한 영어 실력이라면 수학을 비롯한 기타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당락을 좌우하는 열쇠라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험장에서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가능한 한 곱셈표를 많이 외우고 있으면 문제풀이에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주요 이유다.
델리대 법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고탐(스프링데일스 12학년)군은 “12단까지는 학교에서 거의 모두가 외우는 분위기이고, 그 이후부터는 각자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12학년 수학 담당 빠탁 교사는 “19단 곱셈표 암기는 좀더 좋은 대학의 인기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경쟁과 열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실력을 키우려는 목적보다는 대학입시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려는 입시경쟁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델리/신민하 통신원 aparajit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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