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미치나의 미얀마 군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총을 쏘지 말아달라며 애원하는 한 수녀. 연합뉴스
수녀가 또 무릎을 꿇고 폭력 자제를 호소했지만 미얀마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또다시 총부리를 겨눴다.
로이터 통신은 8일 북부 카친주 미치나시에서 시위 참여자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사망자들 외에 수 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을 사망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으며, 근처 건물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았다고 전했다. 현지 SNS에도 미치나에서 3명이 시위 도중 군경의 총에 맞았으며, 이 중 2명이 머리에 총격을 당해 숨졌다는 내용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미치나는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해 '피의 일요일'로 불린 지난달 28일 한 수녀가 홀로 경찰병력 앞에서 무릎을 꿇고 총격 자제를 호소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성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녀원 소속 안 누 따웅 수녀는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을 목격한 후 참다 못해 거리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현지 SNS에서는 한 수녀가 군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양 손을 벌린 채 폭력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모습의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을 살펴보면 일부 경찰도 함께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수녀의 행동에 반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40분 뒤에 찍힌 것으로 알려진 사진에서는 이 수녀가 길에 쓰러진 시위대를 바라보는 뒷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8일 미치나에서 길에 쓰러진 시위대를 바라보는 한 수녀의 뒷모습. 연합뉴스
또다른 사진에서는 수녀가 피흘리며 숨진 이 시위대 남성 옆에서 슬퍼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SNS 계정에는 이 수녀의 이름이 '안 로즈 누 따웅'이며 이날 미치나에서 찍힌 모습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지난달 28일 사진 속 수녀와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군경 차량이 시위 참여자가 탄 오토바이를 그대로 밀고 가는 장면도 폐쇄회로(CC)TV와 주민들이 찍은 동영상에 담겼다고 다른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군경은 이와 함께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에 걸쳐 주요 병원과 대학을 점령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관영 매체를 인용해 전했다.
군경은 또 심야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관계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주택가에서도 총기를 발포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SNS에는 집 안에 있다가 군경이 쏜 총알에 맞았다는 글도 올라왔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도 긴급 공지문을 통해 양곤 일대에서 전날 밤 늦게까지 총성이 울렸다면서 교민들에게 외출 금지 및 소등·문단속 조치 등을 요청했다.
대사관은 "시위가 격렬한 일부 지역과 다운타운의 경우 차량 검문검색을 하면서조금이라도 수상한 물건이 발견되면 임의 연행하고 있다"며 "군경이 난입해 식사 중인 손님들을 연행해 가는 일도 발생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건설, 농업, 생산 부문 등 9개 직군 노동조합 연합은 미얀마 경제를 멈춰 세워 쿠데타 군사정부에 타격을 주자면서 이날 총파업을 진행했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대형 쇼핑몰 등 대부분 업소가 문을 닫았고, 노동자들도 공장에 가지도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목격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남부 다웨이 지역에 근거지를 둔 카렌족 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 소속 반군들은 소총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의 행진을 호위했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여성 단체들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타메인(Htamain) 시위를 벌였다. 타메인은 미얀마 여성들이 입는 전통 통치마다. 이들은 군부를 규탄하는 의미에서 타메인을 깃발처럼 매달아 흔들거나, 마을 도로 위의 빨랫줄에 널어놓았다.
이는 미얀마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타메인 아래를 지나가면 힘을 잃는다'는 미신을 이용해 군경에 저항하는 시위 방식이다. 미얀마 여성들은 이처럼 목숨을 걸고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연합(AAPP)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기자 6명 등 여성 518명이 체포되거나 기소됐다. 이 가운데 439명은 아직 구금 상태다.
특히 시위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여성의 수는 '태권 소녀' 치알 신 등 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의 연령은 19세부터 59세까지 다양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