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100년, 혁명 유적지에서 돌아보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초고속성장
“세계 최고가 된 중국, 인류에 혜택
그러니 중국의 발전 가로막지 말라”
그들만의 ‘3단 논법’ 세계와도 불화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초고속성장
“세계 최고가 된 중국, 인류에 혜택
그러니 중국의 발전 가로막지 말라”
그들만의 ‘3단 논법’ 세계와도 불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알리는 광고판이 서 있는 중국 베이징의 거리를 지난 23일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 7월1일 창당 100주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은 9천만명이 넘는 당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정당이다. 1949년 건국 이래 72년째 집권을 이어가면서, 가난한 농업국가였던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탈바꿈시켰다. 한 세기는 긴 세월이다. 공도 있고, 과도 있을 터다. 미-중 패권 경쟁을 비롯해 중국과 세계의 불화가 깊어가는 지금, 100살 중국 공산당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겨레>는 국무원 신문판공실(대변인실 격)이 내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마련한 혁명 유적지 탐방 프로그램(6월15~18일)을 동행 취재하며 실마리를 찾아봤다.

지난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가운데)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7·1 훈장’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날 참전 용사를 비롯해 과학자, 예술가, 외교관, 언론인, 교육자 등 29명이 훈장을 받았다. 시 주석은 이들에게 직접 훈장을 걸어줬으며, 마오쩌둥의 시를 인용해 “하늘에 새로운 해와 달이 뜨도록 하기 위해 대담한 정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 저장성 자싱의 링롱완 마을에선 생태와 관광을 결합한 ‘탈빈곤 사업’이 한창이다. 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노조 대신 당 조직 공회 ‘동반 경영’
개방 초기 창업해 전역 210개 매장
당원 노동자들 모범 지역협력 적극
“당 위원회, 회사외 한몸·조정자” 자싱을 기반으로 중국 전역으로 뻗어나간 중견 의류기업 ‘이피(EP) 야잉’에도 당위원회가 설치돼 있었다.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지난해 창당 99주년에 즈음해 발표한 <당내 통계 공보>를 보면, 2019년 말 현재 중국 내 1561만여 민간기업 가운데 약 73%에 당 조직이 구성돼 있다. 1970년대 말 개혁·개방과 함께 재봉틀 몇대 놓고 창업했다는 ‘이피 야잉’은 40여년 만에 중국 전역에 210개가 넘는 매장을 확보한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16일 오후 찾아간 이 업체 자싱 본사는 `17묘’(1묘=약 200평)에 이르는 넓은 면적에 전통 양식과 현대식 건축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본사를 포함해 사옥이 모두 4곳이다. 말레이시아에도 현지 공장을 갖추고 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들어선 건물 3층 ‘개발실’ 들머리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시제품이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흰색 가운을 입은 재단사 20여명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제품 재단에 한창인데, 곁에선 역시 가운을 받쳐 입은 여성 6명이 손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쩡아이메이 팀장은 “후난, 쓰촨, 허베이, 저장성 등 중국 전역에서 온 전통 바느질 전문가들”이라며 “지역별로 다른 바느질 기법을 활용해 전통 문양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한땀 한땀 완성한 문양은 현대식 드레스에 장식용으로 부착한다는데, 손이 많이 가는 터라 값이 한벌에 8천위안(약 140만원) 이상 나간단다. 중국의 대졸자 초임은 평균 6천위안(약 105만원) 수준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선 합법조직인 중화전국총공회 외에 자유로운 노동조합(공회) 활동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피 야잉에도 공회는 있지만, 노동자들의 복지는 사실상 당위원회가 떠맡고 있다. 이 업체 추잉 당위원회 서기는 “소속 노동자 4800여명 전원이 공회에 소속돼 있고, 당원 120여명이 공회와 함께 노동자 지원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당원인 노동자는 ‘모범’이 돼야 한다. 지난해 춘절(설) 연휴 때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당원 노동자들이 휴가를 반납하고 공장으로 복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추 서기는 “이틀에 걸쳐 마스크 등 개인방역용품을 연구한 뒤 제작에 들어가 한달여 만에 마스크 900만개를 생산해 우한 등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빈곤지역 자원활동가 물품 지원 등 지역사회 협력 사업도 당 조직이 신경써야 하는 분야다. 추 서기는 “당위원회는 회사와 한 몸이자,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다”며 “노동자 복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업의 뗄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여느 기업체의 `홍보 및 대외협력 부서’를 떠올리게 했다.

지난 16일 중국 저장성 자싱에 자리한 중견 의류업체 ‘이피 야잉’ 본사 3층 개발실에서 손바느질 전문가들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공산당 주도하고 다수 당파가 협력
국민자본 30% 공적 소유로 당 통제
기적적 발전 뒤 불평등 지수 높아져
“중국식 민주주의 통해 장기 안정
세계는 왜 우리를 못살게 구나”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자 계급이 지도하고, 노동자·농민 연맹을 기초로 인민민주 전제정치를 하는 사회주의 국가다.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근본 제도다.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사회주의 제도를 파괴하는 것은 금지된다.” 중국 헌법 제1조가 규정한 정치 체제다. 2018년 개정된 헌법엔 “중국 공산당의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란 문구가 추가됐다. 정치와 함께 중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양대 기둥인 경제 체제는 어떨까? 중국 헌법 6조는 “중화인민공화국 사회주의 경제 제도의 기초는 생산 수단의 사회주의 공유제, 즉 전민 소유제와 근로대중의 집단 소유제다. 사회주의 공유제는 사람이 사람을 착취하는 제도를 없애고, 각자 능력을 다하여 일하고, 일한 대로 분배받는 원칙을 시행한다”고 못박고 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일한 대로 분배받는 원칙’은 개혁·개방과 함께 격차로 이어졌다. 덩샤오핑은 ‘선부론’을 통해 “능력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자가 돼, 낙오된 사람을 도우면 된다”고 했지만, 급격한 시장화 속에 ‘능력’의 차이가 ‘경쟁력’ 차이로 이어지면서 소득 불평등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자료를 보면, 2019년 중국의 지니계수(소득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함)는 0.465로 미국(0.480)에 근접해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 소득 불평등 수준이 스웨덴과 같은 가장 평등한 유럽 나라들에 가까웠던 중국은 2010년대 들어 미국에 더 가까워졌다”며 “개혁·개방을 통한 사유화 과정이 얼마나 불평등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피케티는 같은 책에서 중국의 정치·경제 체제를 ‘권위주의적 혼합경제’로 규정했다. ‘권위주의’는 서구식 민주주의의 부재 속에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이 유지·강화되는 현상을, ‘혼합경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특성이 뒤섞인 현실을 짚은 게다. 피케티는 “개혁·개방 당시 중국의 공적 자본은 전체 국민자본(공적 자본과 민간 자본의 총합)의 70%에 육박했지만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하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국민자본의 30% 선에서 안정됐다”고 짚었다. 사적 소유가 전체 국민자본의 약 70%를 점하는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반면 피케티는 “국민자본의 30%가량이 공적 소유인 상황은 공산당의 지도 아래 있는 중국 공권력에 투자와 고용 창출 등에서 상당한 개입 가능성을 부여한다”고 짚었다. `절차적 정당성’이 취약한 중국 공산당에 공적 소유는 권력의 기반이자 힘의 원천이란 뜻이다. 공산당 내부의 판단은 어떨까? 지난 18일 오전 도착한 상하이 푸둥간부학원은 거대한 부지에 대나무로 둘러싸인 붉은 벽돌 건물 한켠을 현대식 고층 건물이 뚫고 나온 형상이었다. 붉은 건물은 책상을, 고층 건물은 펜을 각각 상징한다고 했다. 장위한 교학연구부 교수는 “상하이는 공산당 제1차 당대회가 열린 혁명의 요람이며, 푸둥은 개혁·개방의 상징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단연코, 의심의 여지 없이,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과학적 사회주의 원칙 아래 중국적 특성을 반영했다. 공공 소유와 민간 소유의 관계 속에 경제 형식도 다양화했고, 현실을 반영해 분배에도 집중하고 있다.” 류징베이 푸둥간부학원 부원장은 “중국은 더 이상 교과서적 의미에서 사회주의 체제로 보기 어렵지 않으냐”는 <한겨레>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난 10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의 특색을 반영해 기적적인 발전을 이뤄냈고, 장기적인 안정을 구가하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겠나? 중국식 사회주의가 옳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에 보편적인 모델은 없다. 각국이 처한 상황에 맞게 민주주의를 추구한다. 중국은 서구의 방식이 아닌, 중국식 맥락에 맞는 ‘협상(협의)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다.” 류 부원장은 ‘민주주의’를 묻는 질문에도 같은 답을 내놨다. 그는 “서방식 다당제가 혼란만 가중시키는 반면, 중국은 중국식 민주주의를 통해 장기적인 안정과 경제발전을 이뤄냈다”며 “우리는 중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기자간담회 좌장을 맡은 차오원쩌 수석 부원장이 나서 “학술토론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말을 잘랐다.

지난 17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저장성 양산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용 컨테이너가 가득하다. 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