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1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미국계 기업 사옥 앞에 미-중 양국 국기가 내걸려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제재에 맞선 보복 대응을 위해 마련한 ‘반외국 제재법’을 홍콩에서도 적용할 전망이다. 홍콩 주재 외국기업과 개인도 적용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오는 17~20일 열리는 회의에서 지난 6월 입법한 반외국 제재법을 홍콩에서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해 6월 말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입법 때와 마찬가지로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 부칙에 ‘홍콩에서도 적용되는 전국성 법률’ 목록에 포함시키켜 발효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테레사 청 홍콩 율정사장(법무장관 격)은 이를 두고 “가장 자연스럽고 적절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인대는 제29차 상무위원회 폐막에 앞선 지난 6월10일 오후 서방 국가의 대중국 제재에 대한 보복 대응의 근거 법령인 ‘반외국 제재법’을 심의·통과시킨 바 있다.
법 제3조는 “중국은 패권주의와 강권정치에 반대하며, 어떤 국가가 어떤 이유와 방식으로든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외국 정부가 중국 공민과 조직에 차별적 제한 조치를 취하거나 내정을 간섭하면, 중국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했다.
또 “(중국을 겨냥한) 제재를 결정 또는 이행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개인 또는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규정하고, △비자(입국 사증) 발급 불허·입국 금지·추방 등 출입국 제한 △중국 내 자산 동결 △중국 내 개인 또는 단체와 협력활동 제한·금지 등의 제재를 동원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외국의 개인 또는 단체에게 서방 각국의 대중국 제재를 이행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한편, 중국의 보복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개인이나 단체에겐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이행해도, 중국의 보복 제재를 이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외국 제재법이 홍콩에서 적용되면 홍콩 주재 외국 기업과 개인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홍콩보안법에 이어 다시 한번 ‘국제 금융허브’란 홍콩의 명성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에 체류 중인 홍콩 주민의 강제 출국을 18개월 유예해주기로 한 조처에 대해 연일 맹비난하고 나섰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문답형식으로 낸 성명에서 “홍콩 문제와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지 않으면, 미국도 홍콩과 관련해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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