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노동조합으론 홍콩 최대 규모인 ’홍콩직업교사노조’(PTU) 지도부가 1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해산 결정을 밝히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최대 규모 교사노조가 자진 해산하기로 했다. 지난 1일 현지 교육당국이 “정치단체와 다름없다”며, 공식적인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발표한 뒤 나온 결정이다.
11일 <홍콩 프리프레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조합원이 9만5천여명에 이르는 최대 규모 교원노조이자 범민주파 성향인 ‘홍콩직업교사노조’(홍콩교육전업인원협회·PTU) 지도부는 전날 조합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원치는 않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해산을 선언했다.
교사노조 쪽은 따로 회견을 열어 “최근 몇년 새 사회, 정치, 경제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최근 몇주 동안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며 “지금으로선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산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973년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임금 15% 삭감에 항의해 파업에 나선 교사들을 중심으로 이듬해 설립된 교사노조는 단일 노동조합으론 홍콩 최대 규모다.
해산 결정에 따라 교사노조는 모든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상근직원 200명도 해고하기로 했다. 또 보유하고 있던 물품과 부동산 등도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카오룽 반도 몽콕과 홍콩섬 코즈웨이베이 등지의 사무실은 자산 처분 절차를 마무리할 때까지만 문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 6월 말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시민사회를 겨냥한 공안당국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교사노조 쪽은 ‘파국’을 피하기 위한 자구 노력을 기울여왔다. 상급단체인 홍콩직공회연맹(HKCTU) 탈퇴에 이어, 홍콩 시민사회 양대 연대체인 민간인권전선과 애국민주운동 지지 홍콩시민연합(지련회) 활동도 중단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 중국 관영매체가 교사노조를 “악성종양”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상황이 급박해졌다. 홍콩 교육국은 곧바로 “교사노조가 지난 몇 년간 보여온 태도는 여느 정치단체와 다를 바 없다. 그간 맺어온 모든 공식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했다. 교사노조로선 단체를 유지할 여지가 사라진 셈이다.
론슨 찬 홍콩기자협회장은 <홍콩방송>(RTHK)에 “중국 관영매체의 비난 이후 교사노조 해산까지 단 11일이 걸렸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기자협회와 변호사협회가 다음 차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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