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리투아니아의 대만 대표부 허용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리투아니아가 ‘대만’이라는 명칭의 대표부를 허용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0일 베이징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를 철수시키라고 요구하는 한편, 리투아니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리투아니아가 대만과 대표부 관계를 맺으면서 ‘대만’이라는 명칭 하의 대표부를 허용하자, 이에 대한 항의로 대사 소환을 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중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한 것은 유럽연합이 결성된 1993년 이후 처음이다. ‘대만 대표부’ 개설은 사실상 대만에 대사관을 허용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도 전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다.
리투아니아는 올해 초 대만에 무역대표부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 7월 리투아니아에 ‘대만 대표부’를 개설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대만은 국제사회에서는 보통 ‘대만, 중국’으로 호칭되고 있다. 대만은 자신들의 정식국호인 ‘중화민국’(ROC)을 주장하고 있지만, 수도 명칭인 타이베이를 사용해 대표부를 개설해왔다. 하지만, 대만 내에서는 ‘대만’이라는 국호로 독립하자는 주장이 커지고 있고, 중국은 대만 독립에는 무력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이라는 이름 하에 대표부를 허용한 리투아니아의 조처는 “중국의 대표성을 무시해” 이뤄진 것으로 중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정부는 이 조처에 절대적인 반대를 표시한다”며 “중국은 리투아니아 주재 대사를 소환하기로 결정했고, 리투아니아 정부에게 중국 주재 대사를 소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도 강력히 반발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리투아니아는 주권국가로서 스스로 대외정책을 결정한다”며, 중국에 대사 소환 결정을 재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발틱 뉴스 서비스>에 “중국-리투아니아 관계는 상호 존중의 원칙에 입각해야만 한다”며 “동시에 주권국가로 리투아니아는 어떤 나라와 경제문화 관계를 발전시킬지 스스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의 ‘대만 대표부’ 개설 허용에는 강대국에 의해 압박받는 두 나라의 처지에 대한 공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투아니아는 인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발트3국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러시아의 점령과 압박을 받아왔다.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은 지금도 러시아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고 있어, 서방과 적극적인 외교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리투아니아의 ‘대만 대표부’ 개설 허용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유럽연합이 자국의 인권 상황 등에 대해 비판적인데다, 유럽연합 소속의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로 때문에 대만에 동정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의 이번 조처가 도미노 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다.
주송링 베이징연합대 대만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만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대표부 허용은 대만 독립에 대한 지지로 해석된다며 “대표부 이름의 변경은 대만 정부가 외교적 인정을 받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는 거래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은 리투아니아의 대만 대표부 개설을 묵인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은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가 리투아니아의 조처를 따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했다. 발트3국이 외교적으로 공동보조를 취한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이 리투아니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경우, 유럽연합 차원의 외교분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각) 중국의 리투아니아에 대한 보복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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