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 리오토(리샹치처)의 새 모델이 지난 12일 베이징의 한 매장에 진열돼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코발트를 선점하기 위해 중국 자원개발 업체들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공세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현지 코발트 광산을 장악하면 향후 국제시장의 코발트 가격은 물론 세계 배터리 시장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쪽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자원개발 업체 뤄양몰리브덴(CMOC)은 최근 콩고민주공화국 최대 코발트 광산인 텐케 풍구루메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25억10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앞서 이 업체는 지난해 12월 또 다른 코발트 광산인 키산푸에서 5억5천만달러를 들여 미국 업체의 지분 95%를 사들인 바 있다.
코발트는 전기차는 물론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용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배터리 수요가 갈수록 늘면서 국제시장의 코발트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지난1월 초까지만 해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톤당 3만2190달러 선이던 코발트 가격은 이달 들어 5만2500달러에 다가서는 등 60% 이상 급등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를 보면, 세계 코발트 매장량은 710만톤 규모로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350만톤이 콩고민주공화국에 매장돼 있다. 연간 생산량도 세계 생산량의 60%를 넘어선 6만4000톤으로, 2위인 러시아(5600톤)를 압도하고 있다. 뤄양몰리브덴은 물론 저장화요·청툰·중국비철금속집단 등 중국 자원개발 기업이 대거 콩고민주공화국에 진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문은 “지난 2012년 이후 콩고민주공화국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 규모는 100억달러를 넘어섰다”며 “뤄양몰리브덴의 이번 투자는 중국의 경제·기술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상 속에 나온 행보지만, 중국이 희토류는 물론 기타 중요 광물자원을 선점해 세계적인 공급망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에선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망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따 “배터리 제조용 자원 대부분이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는데, 이미 상당 부분 중국에 잠식된 상태”라며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녹색경제 아래서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연합에 아프리카까지 합쳐진 ‘3중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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