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사국은 자국 ’영해’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에 대해 사전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고문을 발표했다. 해사국 누리집 갈무리
중국이 자국 영해로 주장하는 동·남중국해 일대를 지나는 외국 선박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주변국과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인터넷 매체 <펑파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해사국은 지난 27일 ‘외국적 선박 중국 영해 진입 보고 요구’란 제목의 공고문을 내놨다. 해사국 쪽은 “해상교통안전법에 따라 중국 영해에 진입하는 외국적 선박은 해사 관리기구에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해사국 쪽은 영해 진입 보고 대상을 △잠수함 △핵추진함 △방사성 물질 선적함 △원유·화학물질·액화가스 등 위험 물질 선적함 △기타 해상교통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선박 등 5종류로 구분했다.
이들 선박은 중국 영해에 진입하기 전에 화물 내역은 물론 선박명과 콜사인(호출부호), 국제해사기구 등록번호와 중국 영해 진입 시간, 선박의 현 위치 등을 해사국 쪽에 통보해야 한다. 최종 출항지와 일시, 차기 입항지와 일시, 위성전화 번호 등도 보고 사항에 포함됐다. 해사국 쪽은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선박에 대해선 관련 법과 규정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의 이같은 조처는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해역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중국은 남중국해 일대에서 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 등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동중국해에서도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야오위다오) 열도를 두고 영유권 분쟁이 치열하다.
이번 조처 시행으로 미-중 간 이른바 ‘항행의 자유’를 둘러싼 갈등의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 군당국은 지난 7월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샤 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인근 해상에 진입한 미 해군 구축함 벤포드호를 쫓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중국 남부전구사령부 쪽은 벤포드호가 “허가없이 영해를 무단 침범해 주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의 안정을 해쳤다”고 비난했다. 반면 이 일대 해역을 ‘공해’로 여기는 미군 쪽에선 “국제법이 보장한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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