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왼쪽)이 2일 톈진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와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중국 지도부가 기후변화 관련 협상을 위해 톈진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와 잇따라 화상 회담을 하고, 미-중 관계 개선을 기후변화 협력의 전제로 내걸었다.
3일 중국 외교부의 발표를 종합하면,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당 서열 7위) 겸 국무원 부총리는 전날 케리 특사와 화상면담에 나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은 중-미 협력의 중요한 부분으로, 반드시 신뢰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미국 쪽이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주기 바란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어 화상회담에 나선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은 보다 직설적이었다. 그는 전날 저녁 케리 특사와 한 화상회담에서 “그간 미국은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고 이익을 침해하는 등 잘못된 행동을 해 중-미 관계가 엄중한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며 “중국은 이에 결연히 반대하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2+2 회담 때 벌인 ‘설전’을 떠올리게 한다.
또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중국의 정치 제도와 발전 방향을 존중하며, 이성적이고 실무적인 대중국 정책을 펼쳐, 중-미 관계가 조속히 정상으로 복귀하기를 희망한다”며 “양국은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응, 경제회복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협력은 쌍방향으로 서로에게 이익이 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왕이 외교부장도 지난 1일 케리 특사와 한 화상회담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중-미 협력도 양국 관계란 큰 틀을 벗어나서 다룰 수 없다”며 “미국은 기후변화 관련 협력이 중-미 관계의 ‘오아시스’라고 여기지만, 주변이 온통 사막이라면 결국 오아시스도 사막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한 기후변화 등 현안에 대한 양국 간 협력도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
이어 왕 부장은 “최근 몇 년 새 중-미 관계가 급전직하하면서 엄중한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미국이 중요한 전략적 오판을 했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쪽이 풀어야 하듯, 중-미 관계 악화의 책임이 있는 미국은 더이상 중국을 위협적인 적대국으로 취급하거나 각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리 특사는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협상을 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3박4일 일정으로 톈진을 방문했다. 중국 국가환경호보총국장을 지낸 셰 특별대표는 지난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 체결 당시 국무장관이던 케리 특사와 협상을 주도한 바 있다. 앞서 케리 특사는 지난 4월에도 상하이를 방문해 셰 대표와 협상을 벌인 바 있으며, 당시에도 한정 부총리와 화상 면담이 이뤄졌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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