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외교위원회가 지난 1일 벨기에 브뤼셀의 의사당에서 회의를 열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대만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유럽의회 쪽 입장에 대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3월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제재를 주고받았던 중국-유럽연합(EU)의 불화가 깊어가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3일 “유럽의회가 갈수록 중국과 유럽연합의 미래 발전에 부정적인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며 “유럽의회 외교위원회가 유럽-대만 관계 격상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내어 중국을 자극하는 광대 짓을 벌인 것이 가장 최근 사례”라고 주장했다.
유럽의회 외교위원회는 지난 1일 △양자투자협정(BIA) 체결 △대만의 공관 격인 ‘타이베이 대표부’ 명칭을 ‘대만 대표부’로 변경 △대만의 국제기구 옵서버 자격 참가 등을 포함한 유럽연합과 대만의 관계 격상을 촉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보고서를 찬성 60표 대 반대 4표로 통과시킨 바 있다.
신문은 “유럽의회는 구성이 복잡하고, 상당수 의원들이 불충분한 정치적 식견과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다”며 “유럽의회 내부 반중 의원들은 책임과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그저 목소리만 높이고 파급력만 키우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들 반중 의원들은 지난 5월 유럽연합-중국 투자협정 비준 절차를 동결시키는 등 양자 관계에 파괴적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어 전문가의 말을 따 “(그간 유럽연합 차원에서 온건한 대중국 정책을 주도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퇴임 이후 일부 유럽 정치인들이 ‘대만 카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들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는 유럽의회 역시 도발적 행태를 지속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월22일 유럽연합은 강제노역 등 신장 지역 위구르족 등 소수인종 인권유린에 책임이 있는 개인 4명과 현지 공안기관을 상대로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등 제재를 부과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에 나선 것은 1989년 6월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중국은 곧바로 유럽의회 현직 의원과 중국 연구자를 포함한 개인 10명과 유럽의회 인권 소위원회 등 관련 기관 4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보복 대응에 나섰다. 이에 유럽의회 쪽이 다시 투자협정 비준 절차 동결로 맞받았으면서, 미국과 달리 원만하게 유지돼 온 유럽연합-중국 관계가 이상 기류를 타기 시작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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