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제7함대 소속 유도미사일 구축함 벤폴드 호가 8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 해상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중국이 자국 ‘영해’라 주장하는 해역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에 대한 ‘사전 신고제’를 시행한 이후 처음으로 미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에 나섰다.
9일 미군 <성조지>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 해군 제7함대는 전날 자료를 내어 유도미사일 구축함 벤폴드가 전날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샤) 군도의 미스치프 환초에서 12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미 해군은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 쪽에 해당 해역 진입 사실을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에선 중국·베트남·대만 등이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미군은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가 인정된 공해로 간주한다. 중국은 지난 2014년 이후 이 일대 환초를 매립해 군사기지화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남중국해 일대를 관할하는 중국 남부전구사령부는 성명을 내어 “벤폴드가 사전 허가 없이 영해를 침범했다”며 “해당 함정을 추적 감시해, 경고 후 몰아냈다”고 밝혔다. 또 “해당 해역의 주권이 중국에 속한다는 점엔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하고, 미국을 겨냥해 “남중국해에서 위기를 조장하는 지역 안정과 평화의 최대 파괴자”라고 비난했다.
미 해군 7함대도 즉각 반박 성명을 내어 “국제법에 따른 훈련일 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쪽 성명에 대해 “과도하고 불법적인 영유권 주장을 위해 미 해군의 작전을 왜곡시키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벤폴드를 “몰아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 정보”라고 일축했다.
미 해군 함정이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를 항해한 것은 지난 2월이 마지막이었다. <성조지>는 벤폴드의 이번 항해는 올 들어 미 해군이 남중국해 일대에서 실시한 7번째 ‘항행의 작전’이라고 전했다. 벤폴드는 지난 7월 말에도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대만 해협을 통과한 바 있다.
앞서 중국 해사국은 ‘해상교통 안전’을 내세워 △잠수함 △핵추진 함정 △특정 위험물질을 선적한 외국 함정이 자신들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 진입할 때는 사전 신고를 의무화한 바 있다. 이 제도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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