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오 칸나바로 전 광저우FC 감독이 2019년 중국 슈퍼리그에서 우승한 뒤 세리머니를 즐기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파산 위기에 놓이며, 소속 스포츠 구단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팀의 존폐마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프로축구 광저우FC는 28일(현지시각) “칸나바로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파비오 칸나바로(48) 감독은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7년부터 광저우를 지휘했다. 4년간 팀을 이끌며 리그 우승을 일구는 등 무난한 모습을 보인 감독이 시즌 도중 전격 계약 해지를 당한 것이다. 광저우FC의 모기업 헝다가 겪고 있는 위기 때문이다. 헝다 그룹의 부채는 현재 3050억달러(약 3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저우 구단은 시진핑 정권 아래 중국의 ‘축구 굴기’를 이끌어왔다. 2010년 헝다에 인수된 광저우FC는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와 감독을 영입했다. 그 결과 2011∼2017년 리그 7연패, 2019년 리그 우승 등을 기록했다. 중국의 ‘맨체스터 시티’로 불릴 정도였다.
2020년 광저우가 발표했던 홈 경기장 조감도. 광저우FC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 4월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 홈 경기장도 건설 중이다. 2022년 완공이 목표인데, 수용 가능 인원이 10만명에 이른다.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홈 경기장 캄프 누보다 수용인원(약 9만9000명)이 조금 더 많다. 외관 또한 화려해서, 공사비가 120억위안(약 2조1900억원)에 달한다. 약 6만6000명을 수용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사비(2060억원)의 10배가 넘는다.
돈으로 쌓아 올린 위상은 모기업 파산 위기와 함께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슈퍼리그 참가는 물론, 구단 자체가 해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축구 경기장 건설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또한 장담이 어렵다. 헝다 그룹 소속 여자배구팀 광둥 에버그란데 역시 해체설이 돈다.
유사 사례도 있다. 쑤닝 그룹의 지원 아래 2020년 중국 프로축구 우승을 차지한 장쑤FC는, 올해 들어 모기업 재정위기로 팀이 사실상 해체됐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