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8일 주제프 보레이 유럽연합 외교안보 담당 고위대표와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지도부와 잇따라 대화에 나서며 대유럽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이 영국·오스트레일리아와 영어권 군사동맹 ‘오커스’를 창설하면서 만들어진 대서양 양안의 간극을 적극 파고드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29일 “중국-유럽 우호를 강력 지지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퇴임하고, 중국을 겨냥한 오커스 안보조약 체결로 프랑스가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왕 부장이 유럽연합 쪽과 전략 대화에 나섰다”며 “커지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안정을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왕 부장은 전날 주제프 보레이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화상으로 한 제11차 중국-유럽연합 고위전략대화에서 “중국과 유럽연합은 최근 잦은 접촉을 통해 많은 공감대를 이뤘으며,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이고 오판 가능성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유럽연합 고위전략대화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왕 부장은 오커스 창설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졌으며, 냉전의 복귀와 잠재적 군비경쟁·핵확산 위험이 높아졌다”며 “중국은 유럽연합이 중국의 발전을 환영하고, 제도적 적대 의사가 없으며, 어떤 형태의 ‘신냉전’에도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데 찬사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공감대이자, 유럽연합과 중국 간 관계 발전을 위한 정치적 기반”이라고 했다.
보레이 대표는 “유럽은 대중국 정책을 일관되게 추구해왔다”며 “유럽은 대만과 공식적 교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보레이 대표는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선에서 유럽연합-대만 관계 확대를 지속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엔 이 부분이 빠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앞서 왕 부장은 27일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화상 회담에서 “중국은 방어적 국방 정책을 견지하고, 앞으로도 나토의 적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안식처이며, 새로운 군사집단이나 강대국 간 대결과 신냉전을 부추기는 소집단을 만들 이유도 없다”고 했다.
왕이웨이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글로벌 타임스>에 “유럽은 이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를 접었으며, 아프간 철군과 오커스 창설 등 미국의 이기적 행태를 보다 분명히 직시하고 있다”며 “최장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독일의 연정 구성과 프랑스 대선이 예정된 내년 4월까지가 중국-유럽연합 관계 개선의 적기”라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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