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일 홍콩대 교정에서 시민단체 활동가가 천안문 민주화 운동 유혈진압 희생자를 형상화한 조각상 ‘치욕의 기둥’을 닦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대가 교정에 설치된 천안문 민주화 운동 유혈진압 희생자 추모 조각상 철거에 나설 모양새다. 지나친 ‘몸 사리기’이자, ‘역사 지우기’란 비판이 나온다.
3일 홍콩 일간 <스탠더드>의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대는 지난 1997년 교정에 설치된 ‘치욕의 기둥’ 조각상 철거를 준비 중이다. 신문은 내부 소식통의 말을 따 “해당 조각상이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대학 당국의 우려에 따른 조치”라고 전했다.
덴마크 조각가 옌스 갈시외트의 1996년 작품인 ‘치욕의 기둥’은 천안문 희생자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형상화한 8m 높이의 콘크리트 조각상이다. 조각상의 하단부에는 ‘천안문 학살’ ‘1989년 6월4일’ ‘노인이 젊은이를 영원히 죽일 순 없다’ 는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홍콩 시민사회는 홍콩의 중국 반환(7월1일) 직전인 지난 1997년 6·4 추모 촛불집회에 맞춰 이 작품을 홍콩으로 들여와 공개한 뒤, 홍콩대 교정으로 옮겨 설치했다. 이후 촛불집회 주최 쪽인 ‘애국민주운동 지원 홍콩시민연합회’ (지련회)는 해마다 5월 ‘치욕의 기둥’ 세정식을 열고, 6·4 추모행사 준비의 시작을 알려왔다.
홍콩대 당국의 조각상 철거 움직임은 홍콩 공안당국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 지련회가 지난달 25일 자진해산을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해산 결정 이후에도 공안당국이 지련회 활동에 대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를 지속하면서 부담을 느낀 홍콩대 당국이 일종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홍콩대 쪽은 성명을 내어 “대학 당국은 정례적으로 학내 위험 관리 조처와 시설물 활용 등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한다”며 “추측에 기반한 보도에 대해선 따로 반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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