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8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전략대화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 맨앞)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왼쪽 앞에서 두번째)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앵커리지/AFP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외교 사령탑’이 이달 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7개월 만에 만나 산적한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아직 이뤄지지 못한 양국 정상 간의 대면 회담 가능성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6일 화춘잉 대변인 명의로 자료를 내어 “중-미 정상이 지난 9월10일 전화통화를 통해 이룬 공통 인식에 바탕한 논의를 거쳐, 양제츠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회담을 하기로 했다”며 “양쪽은 중-미 관계와 관련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백악관도 자료를 내어 유럽 순방길에 나선 설리번 보좌관이 취리히에서 양 정치국원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 만남의 의미에 대해 “설리번 보좌관과 양 정치국원의 회담은 지난달 양국 정상 간 통화에 이어 미-중 간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어 설리번 보좌관은 벨기에 브뤼셀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대서양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양 정치국원과 한 회담에 대해 유럽 동맹 쪽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 만남이 6일 이뤄진다고 밝혔다.
앞선 5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쪽이 대화 채널을 재구축하고, 두 정상이 통화를 통해 이룬 공감대를 이행하는 게 이번 회담의 목적”이라며 “미-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도 이번 회동의 의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 주석이 이번 G20 정상회담에 직접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어, 회담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1월 말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중 정상은 지난 2월과 9월 각각 한 차례 전화회담을 했을 뿐 아직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알래스카 고위급 전략대화(3월)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방중(7월) 등 고위급 접촉을 이어왔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양국 간 견해차로 날 선 공방이 이어졌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자칫하다간 미-중 간 무력 충돌로 번질 수 있는 ‘대만 문제’는 물론 기후 문제, 한반도 비핵화 등 핵심 이슈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의사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쪽 전문가 말을 따 “이번 회담으로 미-중 관계가 해빙기로 접어들거나, 미국이 대중국 포용정책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국 간 경쟁에 보다 진지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이번 회담의 목적”이라고 짚었다.
베이징 워싱턴/정인환 황준범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