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코로나19 봉쇄 ‘우한 진실’ 알린 장잔 석방 촉구

지난해 12월 4년형 받은 중 변호사 겸 시민기자 장잔
가족 “단식투쟁으로 키 177㎝에 체중 40㎏도 안돼”

코로나19로 봉쇄됐던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현실을 보도한 시민 기자 장잔의 인터뷰 모습. 유튜브 갈무리

미국 정부가 코로나19로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소식을 외부로 전하다 체포돼 중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시민기자 장잔(38)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장잔은 장기간에 걸친 반복적 단식투쟁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국의 시민기자 장잔의 건강이 갈수록 악화해 사망에 가까워졌다는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장잔의 조속하고 조건없는 석방을 촉구하며, 중국 당국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재차 강조한다"고 말했다. 앞서 장잔의 가족들은 지난 6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과 한 인터뷰에서 “키가 177㎝인 장잔의 몸무게가 이미 지난 8월 40㎏까지 떨어졌으며, 지난달 화상면담 때는 건강 상태가 더욱 나빠져 스스로 걷지조차 못했다”고 전한 바 있다.

변호사 겸 시민기자인 장잔은 지난해 2월1일 충칭행 열차표를 산 뒤, 도중에 우한의 한커우역에서 홀로 내려 봉쇄 9일째를 맞은 현장 상황을 외부로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열차에서 내린 직후 아무도 없는 거리를 보면서, 마치 촬영을 마치고 모두 떠나버린 영화 세트장을 보는 듯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후 장잔은 같은 해 5월14일 체포돼 거주지인 상하이로 압송될 때까지 취재·보도를 이어갔다. 장례 행렬이 이어지는 공동묘지와 복도까지 환자로 가득 찬 병원 등을 돌며 우한의 감춰진 현실을 소셜미디어 위챗(웨이신)과 트위터, 유튜브 등을 이용해 바깥 세상으로 전했다.

이후에도 장잔은 소신을 꺾지 않았다. 그가 체포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단식투쟁에 나서자, 공안당국은 그의 두 팔을 묶고 삽관을 해 강제로 유동식을 주입했다. 그는 체포 6개월여 만인 지난해 11월에야 기소됐고, 법원은 “싸움을 걸고 문제를 일으켰으며,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는 검찰 쪽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당시 <아에프페>(AFP) 통신은 변호인의 말을 따 “재판을 방청하던 장잔의 어머니가 판결이 낭독되는 내내 소리 내어 울었다”고 전했다.

재판 당시부터 오랜 단식투쟁으로 휠체어 신세를 졌던 그는 항소도 포기한 채 외로운 싸움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말엔 극심한 영양실조 증세로 위독해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재수감 이후에도 간헐적인 단식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4일 성명을 내어 “감옥에 갈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 장잔이 감옥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며 “중국 당국을 장잔을 즉각 석방해 그가 단식투쟁을 멈추고 긴급히 필요한 의학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