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화상으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탕펑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이 ’디지털 권위주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한 패널 토론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미국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대만 장관급 인사의 발언 때 화면이 끊기는 일이 벌어졌다. 미 국무부 쪽은 ‘단순 실수’라고 밝혔지만, 발언 자료에 중국과 대만을 다른 색으로 표시한 지도가 등장한 게 화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탕펑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무임소 장관)은 민주주의 정상회의 이틀째인 지난 10일 ‘디지털 권위주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 토론자로 나섰다. 탕 위원은 ‘공중보건 분야에서 기술적 수단을 활용해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인터넷을 활용한 대만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 4분 남짓 발언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시비쿠스(CIVICUS)가 지난 8일 내놓은 연례 보고서 내용을 따 “시민사회에 대한 포용성·개방도 평가에서 대만은 3년 연속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탕 위원이 해당 발언을 할 때, 화면에는 중국은 최하위 등급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반면 대만은 초록색으로 각각 표시된 지도가 1분 남짓 등장했다. 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다 “문제의 지도가 화면에 노출되면서 미국 쪽이 대단히 난감해 했다. 백악관 쪽은 중국과 대만을 구분한 지도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탕 위원의 후속 발언 때는 화면은 전송되지 않은 채 그의 이름과 직책을 적은 자막과 음성만 나왔다. 토론 참석자 6명 가운데 유일했다. 패널 토론이 끝날 무렵엔 “토론자가 발표한 내용은 개인의 의견일 뿐, 미국 정부의 관점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란 자막까지 등장했다.
지난 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 패널 토론에 참가한 탕펑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의 후속 발언 때 화면은 전송되지 않은 채 그의 이름과 직책을 적은 자막이 등장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통신은 “대만을 별도의 국가처럼 표시한 지도가 등장한 것을 두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쪽이 행사 진행을 맡은 국무부 쪽을 질책했다. 특히 사전에 미국 쪽에 공개한 탕 위원의 발표 자료엔 해당 지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만이 의도적으로 이를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3일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포함해 110개국을 공식 초청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엔 탕 위원과 샤오메이친 미국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대표가 참석했다.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 말을 따 “디지털 권위주의 대응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대만 참석자의 화면을 삭제한 것은 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의 도전에 맞서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 행사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되풀이 강조해 온 대만에 대한 ‘바위처럼 단단한 지지’의 실체가 생각보다 그리 단단하진 않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쪽은 “화면 공유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져 탕 위원의 영상에 끊기는 실수가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대만 외교부 쪽도 “단순한 기술적 오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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