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주재 대만 대표처가 지난해 11월 문을 열고 업무에 들어갔을 때의 모습. 대만 외교부 제공
대만 대표처 개설 문제를 두고 리투아니아 정치권에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대만 쪽은 중국의 외교·경제적 보복을 받고 있는 리투아니아에 거액을 투자하기로 했다.
6일 <대만중앙통신>(CNA)의 보도를 종합하면,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교장관은 전날 대변인을 통해 “리투아니아와 대만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며 “대만과 경제·과학기술·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관계를 확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처를 개설한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란드스베르기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4일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현지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대만의 외교 공관을 설치한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대만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이 ‘실수’였다”고 한 발언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대만 대표처 개설과 관련해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란드스베르기스 장관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이뤄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대만 대표처 개설을 전후로 리투아니아는 중국의 외교·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양국 관계는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격하됐고, 리투아니아산 제품의 수입통관을 거부하는 등 무역보복도 이어지고 있다. 리투아니아 내부에서 대만 대표처 문제를 두고 논란이 번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정치권 내부의 알력도 논쟁을 키우고 있다. 이원집정부제 체제인 리투아니아는 대통령이 외치를, 총리가 내치를 맡는다. 나우세다 대통령과 인그리다 시모니테 총리는 지난 2020년 12월 현 내각 출범 직후부터 갈등을 겪어 왔다. 두 사람은 지난 2019년 대선 당시 결선 투표에서 맞붙은 정적이기도 하다.
대만 쪽에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는 등 리투아니아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빌뉴스 주재 대만 대표처는 전날 성명을 내어 “대만 국가발전위원회의 발전기금을 활용해 리투아니아에 대한 2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대만 국영 담배주류공사(TTL)은 최근 중국 세관 당국이 통관을 불허한 리투아니아산 럼주 2만병을 대신 수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대만 대표처 쪽은 <로이터> 통신에 “투자용 기금 설립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고, 올해 안에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며 “최우선 투자 분야는 리투아니아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레이저를 비롯해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 등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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