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행정원이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1년 유지해온 일본 후쿠시마 일대 식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자유시보> 누리집 갈무리
대만이 지난 11년 동안 유지해온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금수 조처를 해제하기로 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동반자협정)에 가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본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실리적 행보’로 해석된다.
대만 행정원은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2011년 3월11일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참사 이후 유지해온 후쿠시마 및 인근 군마·이바라키 등 5개 현에서 생산된 식품과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처를 이달 안에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버섯류를 비롯한 일부 품목에 대한 제한 조처는 유지된다.
<자유시보>는 “특정 지역 식품 수입 금지에서 특정 품목 금지로 기준을 바꾸되, 당국이 지정한 위험 품목에 대해선 방사선 안전검사 결과와 원산지 증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대 5개 현에서 수입되는 식품 전량을 대상으로 통관 검사를 진행하고, 이를 위한 검사 인원도 기존 46명에서 103명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만 정부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3·11 참사가 난 직후인 26일 후쿠시마 등 5개 현에서 생산된 식품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대만인들은 2018년 11월 실시된 국민투표 때도 후쿠시마산 식품 금수 조처 유지에 78%의 압도적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그럼에도 차이잉원 총통 정부가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9월 신청서를 낸 동반자협정 가입의 밑돌을 쌓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동반자협정 가입 지지를 요청하는 대만 쪽에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재개 문제를 적극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날 회견에서 뤄빙청 행정원 대변인은 후쿠시마산 식품 금수 조처를 일종의 ‘불공정 무역장벽’으로 규정하고, “과학적 근거 없이 차별적 조처를 지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만이 세계 통상 무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과학적 기준에 따른 엄격한 검사를 전제로 수입을 허용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대만은 2020년 12월 대미 무역협상에 필요하다며 성장촉진제(락토파민) 성분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도 허용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대만은 지난해 6월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체결을 위한 회담을 재개한 바 있다. 중국의 압박에 맞서 미·일과 연대를 강화해야 하는 대만의 현실이 잇따른 실리 행보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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