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2년 2월28일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상하이에서 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상하이/AP 연합뉴스
미-중 수교의 주춧돌을 놓은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방중 50주년에 맞춰,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을 이유로 미 군수업체를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반세기 달라진 미-중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처란 평가가 나온다.
22일 관영 <신화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해 발효된 ‘반외국 제재법’을 근거로 미국 거대 군수업체 레이시온테크놀로지와 록히드마틴에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방부는 이들 두 업체과 미사일 방어 체계 유지·보수를 위해 대만과 체결한 1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승인하고, 이를 미 의회에 통보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통과시킨 ‘반외국 제재법’은 “외국 정부가 중국 공민과 조직에 차별적 제한 조치를 취하거나 내정을 간섭하면, 중국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3조)고 규정하고 있다.
왕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 정부 및 관련 당사자들에게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고, 대만과 군사적 관계를 단절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중국은 주권과 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이 제재를 발표한 21일은 1972년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스스로 “세계를 바꾼 일주일”이라고 표현한 중국 방문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닉슨 전 대통령은 당시 마오쩌둥 주석과 저우언라이 총리 등 중국 지도부를 두루 만난 뒤, 귀국에 앞선 같은 달 28일 양국 관계 개선의 원칙을 적은 ‘상하이 코뮈니케’(상하이 공보)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대만 해협 양안의 모든 중국인들에게는 중국이 오직 하나이며,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란 점”을 인정했다. 또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대만에서 미군 병력과 무장능력을 철수하는 것이 최종 목표”란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 미국은 1979년 1월1일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맺은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고 군대도 모두 철수했다.
닉슨 행정부 이래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경제·외교·문화적 유대를 통해 중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했다. 미국의 국력과 패권적 지위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국 수교 직후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중국은 40년여 만에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개입을 통한 변화’란 미국의 목표는 실패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따 “중-미 관계 정상화로 미국은 냉전에서 승리했으며,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며 “미국의 대중국 개입 정책으로 중국만 이득을 봤다는 일부 미국인들의 주장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더이상 중국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로가 아니다. 대미 관계 복원을 바라지만, 우호적 관계를 위해 중국의 원칙과 핵심 이익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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