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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그날은 32도…봉인된 트럭서 ‘먹고 자고 싸면서’ 30시간 대기했다

등록 2022-04-20 04:59수정 2022-04-20 07:47

[최현준의 디비딥 차이나]
물류난에도 트럭마저 봉인 ‘중국 두 기사 이야기’
중국 허베이성 싱타이시 웨이현에서 지난달 한 방역요역이 트럭에 봉인을 붙이고 있다. 바이두 갈무리
중국 허베이성 싱타이시 웨이현에서 지난달 한 방역요역이 트럭에 봉인을 붙이고 있다. 바이두 갈무리

“유리창까지 봉인을 붙여놔서, 창문을 열수도 없어요.”

지난 3월 상하이·지린성·광둥성 등 중국 각지에서 본격화한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지 않으며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중국 물류의 ‘모세혈관’을 책임지는 약 2000만명으로 추산되는 트럭 기사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 명의 확진자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방역 정책 탓에 일부 도시에선 외지에서 온 트럭의 문과 창문에 종이 봉인을 붙인다. 트럭이 도시에 들어왔다 나갈 때까지 기사가 차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 트럭 기사는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죄인이냐”고 항의를 쏟아내고 있다. 트럭 기사들이 직접 소셜 미디어 등에 올린 동영상과 <펑파이>, <경제관찰보> 등 중국 매체 보도를 뼈대로 이들의 체험담을 재구성했다.

 6년차 장팅진, 30시간 넘게 차 안에 갇혀

6년 차 트럭기사 장팅진(33)은 강낭콩을 잔뜩 싣고 지난 10일 오전 산시성 타이위안시 외곽에 도착했다. 산시에서 2700㎞ 떨어진 윈난성에서 이틀 밤낮을 달려왔다. 장의 트럭이 시 경계선을 넘기 전, 시 방역 당국은 차 양쪽 문에 긴 종이 봉인을 붙였다. 그리고 장에게 ‘타이위안을 떠날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다. 시는 면허증·차량등록증·운송허가증 등도 가져갔다.

봉인은 유리창에도 붙었다. 화주는 장에게 봉인을 절대 훼손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했다. 봉인이 훼손되면, 이유를 소명해야 하고, 기사는 일주일간 격리하며 날마다 핵산(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장은 무심결에 창문을 열까 봐, ‘창문을 내리면 안 된다’는 메모를 창문가에 붙여놨다. 물건이 다 팔려 하역을 마치고 타이위안을 떠날 때까지 장은 꼼짝없이 차 안에서 먹고, 자고, 씻고, 싸면서 머물러야 했다.

그나마 한쪽 문의 봉인이 헐겁게 붙여져, 창문을 15㎝ 정도 내릴 수 있었다. 장은 그 틈으로 땀이 흐르는 머리를 살짝 내밀 수 있었다. 11일 타이위안의 최고 기온은 32℃였다. 봉인이 붙은 차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다. 음식을 배달받을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었다.

차에 갇힌 장은 서른 시간이 훌쩍 지난 11일 저녁 8시에야 타이위안을 떠날 수 있었다. 화주와 함께 고속도로 초입으로 갔다. 그제야 방역 요원이 장의 트럭에 붙은 봉인을 뜯었다. 면허증과 운송허가증도 돌려줬다.

장은 지난달 말에도 윈난성에서 저장성 항저우시로 채소를 배달하면서 견디기 힘든 경험을 했다. 고속도로를 달려 항저우 초입에 도착했는데, 방역 검사 때문에 트럭들이 7~8㎞ 넘게 줄 서 있었다. 하루가 지나도 시내로 진입하지 못해, 코로나19 검사증의 유효 기한이 지나 버렸다. 결국 트럭을 돌려 100㎞나 떨어진 다른 도시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돌아와야 했다. 장은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맘대로 트럭 기사를 막지 말라’고 했는데, 현실은 이렇다. 이런 상황을 누구한테 얘기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중국의 한 트럭기사가 트럭 봉인이 비인간적이라고 항의하는 영상을 더우인에 올렸다. 더우인 갈무리
중국의 한 트럭기사가 트럭 봉인이 비인간적이라고 항의하는 영상을 더우인에 올렸다. 더우인 갈무리

 2년차 홍민 “왜 안 쉬냐고? 못 쉬는 것”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분하고, 억울해요.”

3년 차 냉장차 기사 홍민(가명·44)은 지난 9일 간 5200㎞를 달려 6개의 도시에 들렀다. 이 중 3곳에서 차 문에 봉인을 당했다. 코로나 상황이 비교적 심각한 랴오닝성의 안산·단둥·진저우였다. 9일 동안 차에서 내려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적은 딱 한 차례다. 산둥성 르자오시에서 핵산 검사를 받으며 볶음 요리 2개와 만터우 3개를 먹었다.

7일 시금치를 운반한 안산에선 24시간 동안 창문까지 봉인된 채 트럭에 갇혀 있어야 했다. 환기를 할 수 없는 차 안에서 대소변을 염려해 먹고 마시는 것도 줄였다. 화가 난 홍은 자기 경험을 영상으로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200만 회의 조회 수가 나올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위험을 무릅쓰지 말고 쉬면 되지 않느냐’는 댓글도 있었다. 홍은 가족이 있고, 대출을 받아 차를 샀기에 “쉴 수가 없다”고 답글을 달았다.

물건을 맡긴 화주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은 8일 고속도로에서 단둥으로 빠지려다 방역 요원들과 승강이를 벌였다. 단둥에 들어가려면 화주가 직접 와야 하는데, 늦은 게 화근이었다. 홍은 잠시 기다리겠다고 했으나, 방역 요원은 허용하지 않고 떠나라고 요구했다. 다행히 그사이 화주가 도착했고, 홍은 차 문에 봉인을 한 채 단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홍은 “그래도 단둥은 나아요. 창문은 봉인을 안 했고, 6시간만 머무르면 된다”며 “기사들보다 더 고생하는 건 물건을 맡기는 화주들”이라고 말했다.

봄 특산물인 딸기철을 맞은 단둥에서는 코로나19 탓에 운송비가 급등했고, 화주가 처리할 일도 많아졌다. 단둥에서 저장성 항저우까지 운송비는 평소 6500 위안(125만원)인데, 최근 8000 위안(154만원)까지 올랐다. 돌아올 때 빈 차로 올 경우 화주가 4000 위안(77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또 화물차 신청을 하려면 화주가 직접 차량 정보는 물론 코로나 검사 결과 등 기사의 건강정보까지 챙겨 당국에 신청해야 하고, 화주가 직접 방역 담당자를 태워 고속도로 초입에 가서 봉인 절차 등을 진행해야 한다.

 중국 당국 “운송 제한하지 말라”고 발표했지만…

중국 당국은 지자체와 기사·화주들의 갈등이 커지자 지난 11일 무분별한 통제를 자제하라는 통지를 내놨다. 중국 국무원은 이날 통지에서 “임의로 화물 운송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운송기사 등의 (코로나) 행정카드 앱에 별(*) 표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출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코로나 관련 이동 정보가 담긴 행정카드 앱에 별 표시가 뜨면 확진자 발생 지역을 통과했다는 뜻이다. 18일에는 경제 담당인 류허 국무원 부총리가 물류 관련 온라인 회의에서 “화물 운송 때 48시간 내 핵산검사 결과를 전국에서 통용하도록 하고, 검사결과 대기를 이유로 이동을 제한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조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아직 몇 명의 확진자만 발생해도 지역 혹은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칭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전염성이 큰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상하이와 지린성, 광둥성의 일부 도시 등이 한 달 혹은 그 이상 봉쇄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대응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관직을 잃은 지방 관료들도 적지 않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14일 중국 랴오닝성 션양시의 한 농산물 시장에서 상하이로 보낼 농산물을 트럭에 싣고 있다. 션양/신화 연합뉴스
14일 중국 랴오닝성 션양시의 한 농산물 시장에서 상하이로 보낼 농산물을 트럭에 싣고 있다. 션양/신화 연합뉴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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