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5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11회 세계민주주의운동 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과 대만민주기금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이날부터 27일까지 3일간 열린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지배체제’가 확립된 중국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켜가겠다고 다짐했다.
차이 총통은 25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계민주주의운동’(WMD) 대회 개막식에서 “중국은 민주주의에 대한 대만인들의 자신감을 잃게 하려고 무력에 의한 위협, 사이버 공격, 경제적인 압박을 날이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며 “이런 위협에 노출된 상황 속에서도 대만인들은 권위주의의 도전에서 결코 도망치지 않으려 한다. 우리가 노력해 손에 넣은 민주주의를 좀먹으려는 세력에게 대항해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과 대만민주기금회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70여개 국가·지역에서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선 16일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개막식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당 헌법인 ‘당장’ 개정안에는 ‘대만 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한다’는 내용을 써넣었다. 성균중국연구소는 24일 펴낸 20차 당대회 분석 보고서에서 “시 주석 집권기의 통일은 양안 관계 해결 이상의 함의를 갖게 됐다”며 이 문제는 “미-중 경쟁의 핵심 의제이자, 중국의 주권·안보·발전 등과 직결되는 핵심 이익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 주석은 통일 문제를 국가발전전략의 두번째 백년(1949~2049)의 목표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핵심 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만 국립정치대학 부설 선거연구센터의 올해 조사를 보면, 대만인 가운데 ‘즉시 통일’(1.3%) 또는 ‘현상을 유지하며 통일 지향’(5.2%) 의견은 극소수에 머무르고 있다.
한편, <대만 중앙통신>은 시 주석 3기를 이끌어갈 당 최고 지도부가 정해진 23일 밤 상하이에서 소수의 젊은이들이 “부야오(원치 않는다), 야오(원한다)”를 세번 반복해서 적은 펼침막을 들고 행진했다고 전했다. 앞선 13일 베이징의 한 고가에 ‘핵산(코로나 검사)을 원치 않고 밥을 원한다', ‘문화대혁명을 원치 않고 개혁을 원한다', ‘영수를 원치 않고 선거권을 원한다'고 적은 펼침막이 걸려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날 행진은 이를 본뜬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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