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여성이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7일 ‘코로나19 확진자의 자가격리 허용’ 조처를 내놓으며, 3년 동안 철저히 유지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접었다. 침체된 경제 상황, 커져가는 시민 저항, 실제 많이 약화된 코로나19 바이러스 위험 등 다양한 요소가 ‘위드 코로나’로 가는 당국의 결단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신호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지 보름여 뒤인 지난달 10일 나타났다. 시 주석 등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방역 기조를 ‘정밀 방역’으로 조정하고, “생명 보호와 경제·사회 발전을 효율적으로 총괄하겠다”고 밝혔다. 사망자 최소화를 목표로 한 ‘강력한 방역’에서 경제 상황을 고려한 ‘효율적 방역’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하루 뒤인 지난달 11일 중국 국무원은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봉쇄 지역을 최소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20가지 방역 완화 조처를 발표했고, 지난 7일 마침내 확진자의 자가격리를 허용하는 10가지 추가 완화 조처를 내놓았다. 이 두차례 완화 조처로 중국은 한명의 확진자도 허용하지 않는 기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생활 환경에서 코로나를 용인하고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 시기로 접어들었다. 중국에선 정책 변화가 ‘올해 말’이나 ‘내년 3월’께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예상보다 시기가 많이 당겨진 셈이다.
7일 중국 상하이의 건널목 앞에 시민들이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이러한 결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경제다. 중국 경제는 2020년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부침을 겪었지만, 특히 올해 심각한 침체 상태를 겪고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 초반대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성장률 8.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 내내 오미크론 변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상하이·선전·광저우·충칭·청두·베이징·정저우 등 경제 중심지들이 봉쇄와 해제를 거듭했다. 시민들의 씀씀이가 줄고 공장이 조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내수와 수출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에 더해 폐쇄적인 중국의 방역 상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된 시민 불만이 빠르게 확산했다. 특히 지난달 21일 개막한 카타르 축구 월드컵이 중국인들의 감정에 불을 지폈다. 중국인들은 전세계에서 모인 수만명의 응원단이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와중에 지난달 24일 엄격한 방역 조처가 이뤄지고 있는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인해 10명이 숨졌다. 그주 주말인 26~27일 상하이·베이징 등에서 대규모 추모 집회가 열렸다. 이는 시 주석의 하야까지 요구하는 항의 시위로 발전했다. 1989년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운동 이후 발생한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도 중국 당국이 방역 완화를 결단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 점을 방역 정책 전환의 핵심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우세종인 오미크론 변이에 확진되어도 사망하거나 중증으로 전환될 위험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자 갑작스러운 방역 정책의 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 백신 접종을 끝낸 80살 이상 인구 비율은 66%에 불과하다. 미·중 공동 연구팀은 지난 5월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되면 고령자를 중심으로 6개월 동안 160만명이 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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