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대만 총통 선거가 대만 독립, 친미 성향인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의 승리로 끝나자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다”라는 논평을 내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압박을 오는 5월20일로 예정된 새 총통 취임식까지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13일 대만 총통 선거가 끝난 뒤 성명을 내어 “이번에 치러진 대만 지역의 두 선거(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민진당의 승리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이날 민진당의 승리 확정 뒤 공식 입장을 내는 데 2시간 넘게 걸린 대목 등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민이 엿보인다. 천 대변인은 “이번 선거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양안의 동포가 갈수록 가깝고 친밀해지려는 공동의 바람을 바꿀 수 없다”며 “조국이 필연적으로 통일되는 걸 막을 수 없다”고 짚었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의 성명 1시간여 뒤에 나온 중국 외교부의 입장문에서도 ‘하나의 중국’을 거듭 강조하는 등 비슷한 당혹감을 읽을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섬 안의 형세가 어떻게 변하든 세계에 오직 하나의 중국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기본적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선거 이튿날인 14일에도 담화문을 내 미국 국무부가 환영 성명을 낸 것과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과 (하나의 중국 원칙을 넣은) 중·미 3대 공동성명을 엄중히 위반했다”며 “미국에 ‘엄정한 교섭’(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가리키는 중국식 표현)을 제기했다”고 했다.
앞서, 13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은 라이칭더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대만인들이 다시 한번 그들의 굳건한 민주주의 시스템과 선거 절차의 힘을 보여준 것 또한 축하한다”는 환영 성명을 냈다.
중국은 이번 선거 직전까지도 대만에 대한 군사·경제적 압박을 강화해왔다. 대만군에 따르면 대만 총통 선거 전날인 12일에도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 8대와 군함 6척이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포착됐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중국과 대만 사이 자유무역 협정 성격의 ‘양안 경제협력 기본협정’(ECFA)에 따라 적용하던 “대만산 농수산물·기계류·자동차부품·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2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35.4%에 이른다.
중국 국무원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대만 중앙통신사에 “민진당 집권 3기의 양안 대치 국면은 최소한 현재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며 “중국은 대만에 대해 더 많은, 거의 전면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도 왕신셴 대만정치대학 동아시아 연구소 초빙교수가 “중국은 라이칭더가 5월20일 취임식에서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나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한마디 반응만 내놨다. 일본은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명의의 성명에서 “대만을 둘러싼 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며 “(일본) 정부로서는 대만과의 관계를 비정부 간 실무관계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일본과 대만 사이에 협력·교류를 한층 심화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타이베이 워싱턴 도쿄/최현준 이본영 김소연 특파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