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 수난 시대
중국 축구가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거사를 앞두고 뒤뚱거리고 있다. 여자축구가 지난해부터 국제대회에서 명성에 걸맞는 성적을 내지 못해 외국인 감독을 들어앉히더니, 최근엔 남자축구마저 몇 수 아래로 치부하던 타이에 14년 만에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했다. 인터넷에선 남자축구 감독도 갈아치워야 한다는 축구팬들의 성화가 빗발치고 있다.
중국 남자축구는 지난 16일 방콕에서 열린 타이와의 친선경기에서 0-1로 힘없이 무너졌다. 타이는 전반 40분께 골잡이 피팟이 타완의 강력한 센터링을 골로 연결시킨 뒤에도 중국을 시종 압도했다. 중국이 타이 축구에 진 것은 1993년 킹스컵 대회 이후 처음이다. 타이는 후반 들어서도 수티, 수차오, 자끄릿의 맹활약으로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여 중국 축구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중국 축구팬들은 이 치욕적인 패배에 분노했다. 한 축구평론가는 중국은 경기 내내 뻥차기만 했다며 타이의 짧고 날카로운 패스에 허둥댔다고 혹평했다. 언론들은 주광후 감독을 갈아치우라고 목청을 높였다. <베이징모닝포스트>는 “이번 패배의 교훈은 주가 계속 감독을 맡아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직설적으로 감독 경질을 요구했다.
누리꾼들의 평은 더욱 가혹했다. 한 누리꾼은 시나닷컴에서 “당신이 진정한 남자라면 조국과 축구팬들을 위해 당장 물러나라”고 다그쳤다. 어떤 누리꾼은 중국에서 주가 돼지를 뜻하는 한자와 비슷하게 읽히는 것을 빗대 “집에 돌아가 새끼 돼지나 치라”며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퍼부었다.
결국 축구협회는 주 감독에게 “아시안컵 본선에서 4강에 들지 못하면 옷벗을 각오를 하라”는 최후통첩을 내렸다. 2005년 3월 네덜란드 출신 아리에 한 감독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중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주 감독으로선 최악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주 감독은 “아시안컵에서는 전술적인 면과 선수 구성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성난 팬들을 달래고 있다. 중국은 아시안컵 본선 C조에 이란,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속해 있다.
중국 여자축구도 앞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중국 축구협회는 지난 4월 월드컵을 5개월여 남겨 놓고 마롄싱 감독을 스웨덴 출신의 라이포스 도만스키로 갈아치웠다. 최근 잇따른 국제대회에서의 세계 여자축구의 최강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스웨덴 여자축구 감독을 맡았던 도만스키는 중국 여자축구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라는 영예를 안았지만, 중국 축구팬들은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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