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위안 / 레이펑
97만원 투자 18년새 1220억원 갑부로
옛 영웅 레이펑은 웃음거리로
옛 영웅 레이펑은 웃음거리로
숨가쁜 경제성장에 따라 중국인들의 ‘영웅’도 변신하고 있다.
과거 중국 최고의 ‘역할모델’은 물로 배를 채우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밤잠을 자지 않고 동료들의 양말을 꿰매주는 희생정신을 발휘하다 22살에 요절한 인민해방군 병사 레이펑(뇌봉·사진 왼쪽)이었다. 마오쩌둥 당시 국가주석은 그의 희생정신을 기려 3월5일을 ‘레이펑 학습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중국의 시장경제에서 레이펑은 인민들의 웃음거리가 돼버렸고, 대신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주식투자가 린위안(44·사진 오른쪽)이 새 영웅으로 떠올랐다.
18년 전 의과대학생이었던 린은 8천위안(97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현재 10억위안(1220억원)으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국영 언론에 자주 등장해 “단기투자보다는 가치주에 장기투자하라”고 권고하며 ‘투자 비법’을 소개하곤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 중국 국영 언론들이 ‘레이펑 배우기’ 대신 ‘린위안 배우기’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투기적 투자가 몰리면서 2년 동안 주가가 300% 넘게 오르고 거품 붕괴 경고가 나오는 상황에서, 우량주식에 장기 투자하라는 린위안의 ‘설교’가 중국 당국이 원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린위안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외국인들이 중국에 와 더 많은 주식을 사주기를 바란다. 그들은 내가 소유한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중국 증시 투자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20여개 회사 중 주류 회사인 마오타이와 우량예, 민간은행인 초상은행, 여행사 황샨트래블, 상하이공항 등을 ‘톱 5’로 꼽으면서, 다른 투자자들이 이를 따르도록 추천하기도 했다.
린은 재산명세를 밝히지 않고 있어 ‘억만장자’라는 주장을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에 여러 채의 주택 등 부동산과 승용차 6대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투자 대상을 직접 찾아다니며 검증하고 투자한다’는 원칙에 따라 중국 각 지역을 돌아다니는데 쓰이는 항공료와 호텔 숙박료를 빼면 한달 생활비는 약 3천위안(36만원) 정도라고 주장한다.
BNP파리파의 애널리스트 이삭 멩은 “린위안이 8천위안을 투자해 10억위안이 넘는 돈을 벌었다면,수익률이 85%를 웃돌았어야 한다. 사실이라면 그는 워런 버핏을 능가하는 가장 성공적인 주식 투자자인 셈”이라며 그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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