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쥐 / 자칭린 / 우관정 / 뤄간
상하이방 추락…쩡칭홍 부주석의 태자당 급부상
공청단과 긴장…후 주석 기반강화 행보 빨라질듯
공청단과 긴장…후 주석 기반강화 행보 빨라질듯
중국 상하이방의 거두인 황쥐(69) 국무원 부총리가 2일 지병인 췌장암으로 사망함으로써 올 가을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대)에서 권력기반을 강화하려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서열 6위인 황 부총리의 죽음은 예고된 것이지만, 상하이방의 정치적 영향력이 소멸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황 부총리가 2일 오전 2시3분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이날 오전 6시30분께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지도부 사망을 바로 공표한 것은 이례적으로, 그의 죽음이 정치적 논란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과 함께 낸 부고에서 “황 동지는 충성스러운 공산주의 전사이며 당과 국가의 탁월한 지도자”라고 기렸다.
황 부총리의 사망은 지난해 9월 천량위 상하이 당서기의 실각으로 시작된 상하이방의 예고된 추락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후 주석은 그동안 황 부총리를 비롯해, 자칭린 정협 주석, 우관정 기율검사위 서기, 뤄간 정법위 서기 등 중앙정치국 상무위에 포진한 상하이방 세력을 자신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로 대체하려 한다는 관측을 낳았다. 정치평론가 류쥔잉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황 부총리의 죽음이 후 주석의 권력개편 구상에 새로운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부총리의 사망은 후 주석과 상하이방보다는 태자당과의 긴장을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쩡칭훙 부주석이 이끄는 태자당은 후 주석과 함께 상하이방을 공격함으로써 무시못할 정치적 지분을 확보한 상태이다. 후 주석의 공청단과 쩡 부주석의 태자당이 중국 권력을 양분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이다. 한때 상하이방 계열로 분류됐던 쩡 부주석은 태자당의 힘을 배경으로 올해 초 후 주석에게 주석 자리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황 부총리를 비롯한 상하이방의 공백은 이른바 제5세대 지도부에 의해 메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가운데 후 주석의 직계로 통하는 리위안차오 장쑤성 서기, 리커창 랴오닝성 서기, 저우창 후난성 서기 등이 선두주자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쩡 부주석의 후광을 업고 있는 시진핑 상하이시 서기나 류옌둥 통일전선부장 등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허궈창 중앙조직부장, 저우융캉 공안부장, 장더장 광둥성 서기 등도 물망에 오른다.
황 부총리의 사망은 중국 경제의 엔진 상하이를 지탱해온 정치적 배경이 사라졌음을 뜻한다. 성장을 우선하는 상하이방의 발전전략은 분배를 강조하는 후 주석의 조화사회론에 밀려 이미 타격을 받은 상태이다. 후 주석은 톈진 빈하이를 키워 상하이에 경제적 자원이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황 부총리는 상하이 시장과 서기로 일할 때 푸둥지구 개발을 주도하는 등 상하이 발전을 이끌었다.
지난해 2월부터 투병생활을 해온 황 부총리는 그동안 부인의 상하이 사회보장기금 비리 연루설에 이은 실각설, 위독설 등 숱한 소문에 시달렸다. 지난달 9일엔 홍콩 언론들이 그의 사망을 보도하는 소동까지 빚었다. 황 부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황 부총리가 맡았던 경제·금융 총괄 업무는 이미 우이 부총리에게 넘어간 상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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