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폐쇄·사탕서 해산물까지 2만5천건 단속
잇단 ‘국제적 망신’에 구조적 문제 자인한 셈
잇단 ‘국제적 망신’에 구조적 문제 자인한 셈
중국이 공업용 화학물질을 첨가해 불량식품을 만들어온 식품공장들에 철퇴를 가했다. 최근 나라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는 ‘식품 불량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강력한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적발된 불량식품은 사탕에서 분유, 밀가루, 두부, 국수, 식용유, 간장, 피클, 비스킷, 해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중국 질검총국은 26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5월까지 불량식품에 대한 단속을 벌여 식품공장 180곳을 폐쇄하고, 2억위안(약 243억) 상당의 가짜·저질식품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적발 건수는 2만5천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질검총국 관리는 〈차이나데일리〉에서 “보통 사람들이 많이 먹는 식품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산둥성의 한 식품공장은 생선을 다듬으면서 공업용 나트륨수산화물과 염산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후베이성의 한 식품공장은 파라핀으로 국수를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식품공장에선 공업용 염색제와 광물성 기름을 거리낌없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부제나 소독제로 쓰이는 포름알데히드와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을 사용한 식품공장도 다수 적발됐다. 이들 식품이 해외로 수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적발된 식품공장들은 규모가 작고 영세한 무허가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질검총국 관리는 “이번 단속은 주로 농촌의 소규모 식품공장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며 “대부분 공장은 직원 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 영세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중국에는 현재 100만곳에 이르는 식품공장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상국은 이와 별도로 “가짜·저질식품을 만들어 팔아온 무허가 제조업체와 소매상 15만2천곳을 지난해 폐쇄하고, 불량식품 1만5천t의 출시를 금지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공상국은 2006년 6만8천건의 가짜 상품을 적발하고, 1만5500t을 압수한 바 있다.
중국의 대규모 불량식품 단속은 중국산 식품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풀이했다. 불량식품은 일부 악덕업자의 문제이며, 국제사회의 비난은 중국산 식품의 수출을 막으려는 전략적 술수라고 주장해온 중국의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질검총국 관리는 “식품 기준 위반은 업체 한두곳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은 중국 안에서도 심각하다. 질검총국은 올 들어 5개월 동안 1만2365건의 구매자 경고를 발령했다. 중국세계경제학회 부회장인 리샤오 지린대 경제학원 교수는 〈환구시보〉에서 “우리의 식품 기준은 선진국과 아주 큰 거리가 있다”며 “이를 만족시켜야만 소비자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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