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전대 앞두고 공산당 지도부 다시 집결
후 주석, 후계구도 심기 본격화
후 주석, 후계구도 심기 본격화
국 허베이성 보하이만에 접한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는 흔히 ‘여름 베이징’으로 불린다. 중국 공산당 고위 지도자들이 이곳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며, 주요 정책과 인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5년마다 열리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대)를 앞뒀을 때에는 지도부 개편을 놓고 치열한 권력 투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1958년 처음 열렸다. 당시 마오쩌둥 주석과 저우언라이 총리는 이곳에서 공산당 중앙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대약진 운동의 전면적 실시를 결정했다. 1990년 당시 덩샤오핑 주석이 보수파의 저항을 깨뜨리고 개혁개방 정책의 기반을 다진 곳도 바로 베이다이허 회의였다. 2004년엔 당시 장쩌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후진타오 당시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에게 모든 걸 넘겨주고 은퇴를 결심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베이다이허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대적인 지도부 개편이 예상되는 제17차 전대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공산당 서열 4위인 자칭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지난달 28일 베이다이허에서 정협 위원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모습이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통해 방영됐기 때문이다. 일부 홍콩 언론은 이를 근거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베이다이허에 속속 집결하고 있다며, 베이다이허 회의의 개막을 예고했다.
베이다이어 회의는 비공개로 열리기 때문에 그 시작과 끝을 알기 어렵다. 자칭린 정협 주석 외에 다른 지도부의 움직임은 아직 베이다이허에서 포착되지 않고 있다. <신화통신>은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달 30일 장쑤성 우시에 내려가 녹조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호수를 둘러봤다고 전했다. 홍콩 반환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28일 홍콩을 방문한 후 주석은 1일 기념식에 참석했다. 베이다이허 회의 개막을 점치는 이들은 그의 다음 행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에 이처럼 관심이 쏠리는 것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 개편이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지난해 9월 천량위 상하이시 당서기를 부패 혐의로 해임한 이후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중심으로 권력기반을 강화해 왔다. 이제 마지막 남은 숙제는 이번 공산당 전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단을 개편하고, 자신의 후계구도를 심는 것이다. 베이다이허의 비밀회합이 권력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후 주석은 한때 베이다이허 회의의 오랜 권위에 도전했다. 그는 2003년 여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배려하고, 경비를 절감하려 한다며 베이다이허 회의를 폐지했다. 당시 그의 결정엔 공산당 원로들의 간섭을 배제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 주석은 지난해 베이다이허 회의를 재개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에 대한 자신감을 시험했다. 당시 베이다이허엔 비상계엄령에 준하는 경계령이 내려졌다.
후 주석은 지난달 25일 중앙당교에서 자신의 통치이념인 ‘과학적 발전관’을 설파했다. 중국 언론들은 연일 이 연설을 강조하며 백성들에게 학습을 독려하고 있다. 2002년 5월 당시 장쩌민 총서기가 중앙당교에서 ‘3개 대표론’을 역설한 이후, 이에 대한 학습 열풍이 불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여론몰이다. 후 주석은 최근엔 베이징과 난징, 란저우 등 이른바 ‘3대 군구’ 사령관을 교체하는 등 군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전 주석은 말년에 자신의 건강과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베이다이허에서 수영을 했다. 후 주석은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는 수영을 이미 시작했는지 모른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