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선 “홍콩 민주화” 시위
중국 반환 10돌 기념식이 열린 1일 홍콩에선 중국의 환호와 홍콩의 우려가 교차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전 9시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홍콩 회귀 10주년 기념식 및 제3기 홍콩 정부 취임식’에서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一國兩制)의 기본 원칙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1997년 홍콩을 넘겨받을 당시 일국양제를 2047년까지 유지하기로 영국과 약속한 바 있다.
그는 “일국양제는 인류 정치문명에 대한 중화민족의 독특한 공헌”이라며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기본법(헌법)에 따라 홍콩 정부에 위임한 고도의 자치권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국’은 ‘양제’의 전제조건으로서 홍콩의 민주화는 중국이 홍콩에 부여한 권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홍콩의 중국화를 상징하듯 중국 표준어인 ‘보통화’(푸퉁화·普通話)로 진행됐다.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도 후 주석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할 때 또박또박 보통화를 썼다. 창 행정장관은 “우리는 나라를 필요로 하고, 중국은 홍콩을 필요로 한다”며 “다음 10년은 중국과 홍콩이 함께 번영을 누리는 ‘황금의 10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컨벤션센터는 10년 전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의 주권을 넘겨받는 행사가 열렸던 곳이다.
홍콩 주민 5만여명은 이날 오후 빅토리아공원에서 대규모 거리시위를 벌였다. 후 주석이 기념식을 마치고 선전으로 떠난 뒤였다. 안손 찬 전 정무사장과 조지프 쩐 추기경이 이끄는 시위대는 행정장관 및 입법회 의원 직선제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홍콩 정부청사까지 행진했다. 민주파들은 2003년 국가안전법 반대 시위 이후 해마다 이날이면 홍콩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거리행진을 벌인다. 마틴 리 민주당 의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의 민주화는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퇴보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민주파 의원들은 앞서 이날 0시 입법회 청사 발코니에 모여 10년 전 그날처럼 민주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민주파 의원들의 구호가 발코니를 울리는 동안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번쩍였다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갑작스런 폭우로 애초 실외에서 거행하려 했던 상당수 경축행사가 실내로 옮겨 치러지는 등 차질을 빚기도 했다.
후 주석은 사흘 동안 홍콩에 머물면서 홍콩의 민심을 잡으려 신경을 썼다. 홍콩의 중산층 가정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체육훈련장에서 어린이 탁구선수와 직접 공을 주고받는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한 연설에선 홍콩 젊은이들에게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후 주석이 홍콩 주민들과 만나는 모습을 주요 뉴스시간 때마다 되풀이해 내보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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