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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공민의 권리 왜 짓밟습니까”

등록 2007-07-03 18:12수정 2007-07-03 19:01

중국 철거민이 외국 특파원들에게 보낸 편지
집 비운새 다 때려부숴
“법도 없는 나라” 분노

“이렇게 해서 어떻게 조화사회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최근 중국 산둥성의 한 철거민이 보내 온 편지의 한 구절이다. 장애인인 그는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철거반이 들이닥쳐 방을 때려부수고 세간을 치워버렸다며, 이런 딱한 처지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중국에는 백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 허울뿐이라며 분노를 나타냈다.

중국에선 요즘 철거민이 쏟아지고 있다. 대륙을 휩쓸고 있는 개발 열기의 부작용이다. 지방정부와 개발업자에게 집과 땅을 빼앗긴 이들의 불만은 이따금 시위로 폭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외국 언론에 철거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편지는 이례적이다. 철거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19일 단오절 아침이었습니다. 집을 비운 사이 방 두 칸이 모두 헐리고, 가구가 전부 없어졌습니다. 옷가지도 여기저기 흩어져 사라졌습니다. 가족이 이웃의 연락을 받고 집에 도착했을 땐 폐허나 다름없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입니까?”

그는 이런 강제철거는 분명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과한 물권법의 사유재산 보호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는 개발 당국과 업자가 오는 10월 물권법이 발효하기 전에 서둘러 철거에 나섰다며, 이런 불법집행의 피해자는 자신처럼 가난한 이들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왜 이사를 가지 않았느냐구요? 집을 살 돈이 없어서입니다. 개발업자는 철거를 시작하면서 ㎡당 2850위안을 보상금으로 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 땅값이 ㎡당 3600위안으로 올랐습니다. 최근 근처에 들어선 집은 ㎡당 5800위안까지 나갑니다. 지하실도 ㎡당 4800위안을 받습니다.”

그는 2002년 12월 다니던 회사가 파산하는 바람에 실업자가 됐다. 그때부터 남편과 함께 최저보장제도에 의지해 딸 하나를 키우며 살았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장애인이다.


“중국의 헌법 13조는 공민의 합법적 사유재산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법률에 따라 공민의 사유재산권과 상속권을 보호하게 돼 있습니다. 더욱이 헌법 19조는 불법수사나 공민의 주택에 대한 불법침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근본인 헌법에 이렇게 명확히 적혀 있는데 왜 공민의 권리를 짓밟는 것입니까?”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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