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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엽기 ‘골판지 만두’는 사기극

등록 2007-07-19 18:59

베이징 TV “직원이 조직” 사과방송…또다른 충격
“너, 골판지 만두 먹어봤어?”

지난 8일 <베이징텔레비전>(BTV)의 인기 고발프로그램 ‘터우밍두’(透明度)에서 ‘종이로 만든 만두’라는 영상물을 내보낸 이후, 인터넷에선 이런 제목을 단 글들이 우후죽순처럼 나돌았다. 베이징 아침시장 주변 노점상들이 골판지와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가짜 만두를 팔고 있다는 엽기적인 보도에 중국 사람들도 경악했다.

그로부터 10일 뒤 인터넷에선 다른 한탄의 소리가 번지고 있다. “이젠 방송사까지 가짜를 만드나?” <베이징텔레비전>이 18일, 골판지 만두 보도가 한 직원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며 사과 방송을 내보낸 데 따른 것이다. 포털사이트 런민왕의 공산당원 블로거인 원하이는 “그렇게 즐겨 먹던 만두를 한동안 사 먹지 못했다”며 “방송이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골판지 만두 파문은 터우밍두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한 사람의 욕심에서 비롯했다. ‘후웨’라는 가명을 쓰는 그는 지난달 중순 공사판 인부 4명을 고용해 두 차례에 걸쳐 골판지 만두를 만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골판지를 물에 불려 다진 뒤, 이를 돼지고기와 섞어 만두속을 만들도록 시킨 것이다. 그리곤 이 과정을 가정용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편집해 방송사에 진짜인 양 건넸다. 터우밍두의 보도는 삽시간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12일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까지 나서 ‘골판지를 수산화나트륨에 담궈 검게 변색시킨 뒤, 다진 돼지고기와 6 대 4의 비율로 섞어 10분 정도 삶으면 정상적인 만두속과 구별할 수 없게 된다’는 ‘비법’을 상세히 소개했다.

외신들은 이를 중국의 현란한 가짜 만들기 기술과 돼지고기 값 폭등이 빚은 현상으로 풀이했다. 중국의 돼지고기 값은 공급 부족과 가축병 확산으로 1년 전에 비해 75%나 급등했다. 일부 외신은 골판지 만두는 중국의 최신 발명품이라고 비꼬았다.

베이징 위생당국은 황급히 단속에 나섰다. 16일 베이징 시내 23개 만두가게를 급습했다. 시민들의 제보를 기다린다며 직통 신고전화까지 개설했다. 중국산 식품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와중에 이런 사태가 불거지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그렇지만 골판지 만두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베이징 공상국과 식품안전부는 “아침시장 주변 노점상을 철저히 조사했지만 종이로 만든 만두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베이징텔레비전>은 18일 허위 보도를 인정하고, 심의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데 ‘심각한 사과’를 표명했다. 희대의 사기극을 연출한 후웨는 공안당국에 붙잡혀 감옥에 갇혔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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