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유강문 특파원
농촌 유격대서 동북아 호령하는 정예군 변신
새 미사일·핵잠수함 노출…계획된 ‘힘 자랑’
새 미사일·핵잠수함 노출…계획된 ‘힘 자랑’
리쉐칭이 ‘붉은 군대’(紅軍)에 들어간 것은 13살 때였다. 그에겐 ‘소홍귀’(小紅鬼)라는 영광스런 꼬리표가 붙었지만, 총은 주어지지 않았다. 당시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붉은 군대로선 그에게까지 배급할 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국공내전과 항일전쟁을 치르면서 즐겨부르던 노래는 이랬다. “우리에겐 식량과 군복이 없지만, 적들이 우리에게 그것을 바칠 것이다.”
다음달 1일은 인민해방군 창건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베이징 군사혁명기념관에선 이를 기념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16일부터 열리고 있다. 농촌의 초라한 유격대에서 동북아를 호령하는 정예군으로 성장한 인민해방군의 노고를 축하하는 무대다. 개막식에는 리창춘 상무위원, 류윈산 선전부장 등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식장 곳곳엔 ‘업적’‘성취’ 따위의 글자가 나붙었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2800여개의 전시물이 시야를 채운다. 중국 최초의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최신형 미사일, 첨단 전투기 등이 위용을 과시한다. 마오쩌둥이 훈련할 때 쳤다던 펀치백, 인민해방군이 1997년 홍콩에 진주해 세운 깃발도 눈길을 끈다. 인공위성 개발 보고서처럼 최근에 비밀해제된 문건들도 전시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누가 감히 나에게 덤비랴고 외치는 듯하다.
인민해방군의 ‘힘 자랑’은 기념관 밖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중국 신문들은 20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제2세대 전략미사일 ‘둥펑(東風)-25’의 사진 두장이 최근 시나닷컴을 통해 공개됐다고 전했다. 사거리가 3200㎞에 이르는 둥펑-25는 미군의 태평양 기지를 포함해 아시아 대부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격하기 위한 중국의 비밀카드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비밀리에 개발 중인 핵잠수함도 슬쩍 내비쳤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FAS) 핵정보프로젝트 소장은 5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미국 상업위성 퀵버드가 지난해 말 중국 다롄 인근의 한 잠수함 기지에서 ‘진(晉)급’ 핵잠수함을 처음으로 포착했다”며 “이는 지난 5월 발간된 미 국방부의 중국군사력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길이 133m의 이 잠수함은 사거리 8000㎞의 핵탄두 미사일 ‘쥐랑(巨浪)-2’를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첨단무기 노출을 ‘계획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력을 과시해 상대의 기를 꺾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앞서 중국이 진급 핵잠수함 5척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1척은 조만간 실전배치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국이 현대 군사력의 한 정점인 항공모함을 공개하기에 앞서 단계적으로 국제사회에 진정제를 놓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민해방군은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기본적으론 대만과의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궁극적으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중국이 인민해방군의 이런 국제화를 위해 최근 독자적인 인공위성망 구축에 나섰다는 보도도 있다.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런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한다.
인민해방군 창건 8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나온 한 책의 제목은 〈우리의 대오는 태양을 향한다〉다. 표지엔 붉은 대지 위로 황금빛 태양이 떠오르는 모양이 그려져 있다. 인민해방군의 ‘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인민해방군 창건 8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나온 한 책의 제목은 〈우리의 대오는 태양을 향한다〉다. 표지엔 붉은 대지 위로 황금빛 태양이 떠오르는 모양이 그려져 있다. 인민해방군의 ‘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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