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스 지분 3.1% 매수
중국이 국제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중국 국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은 23일 네덜란드 최대 은행 에이비엔암로를 인수하려는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의 지분 3.1%를 22억유로에 사들였다. 바클레이스은행이 에이비엔암로를 합병하면 국가개발은행은 추가로 76억유로를 투입해 지분 7.7%를 확보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국영 투자기업인 테마섹도 14억유로를 들여 바클레이스은행의 지분을 인수하고, 합병이 성사되면 22억유로를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의 이번 투자는 에이비엔암로 인수를 놓고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와 맞서고 있는 바클레이스은행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클레이스은행은 이날 에이비엔암로 인수가를 처음보다 4.3% 오른 주당 35.73유로(총 675억유로)로 제안했다. 두 은행이 합병하면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인수 제안가는 주당 38.4유로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의 아시아·태평양 담당자인 제임스 매코맥은 “중국의 이번 투자는 중국이 원대한 야망을 가진 기관투자자라는 생각을 굳혀 준다”며 “중국이 대형 금융거래에 투자하는 것을 앞으로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조3300억달러가 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이런 야망을 실현하는 강력한 무기다. 중국 정부는 앞서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지분을 30억달러에 사들인 바 있다.
국가개발은행은 일반 예금 업무를 보지 않는 특수은행이다. 장기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반시설 투자나 아프리카 원조 등을 담당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가개발은행의 이번 투자는 국영은행을 상업적 금융회사로 바꾸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압력을 낮추고 유동성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해외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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