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리위안차오·시진핑’
‘리커창·리위안차오·시진핑’ 후계 각축
10월 전대 앞두고 성적표에 관심 쏠려
10월 전대 앞두고 성적표에 관심 쏠려
중국 공산당이 10월 열릴 예정인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후계구도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리커창(왼쪽) 랴오닝성 서기, 리위안차오(가운데) 장쑤성 서기, 시진핑(오른쪽) 상하이시 서기 등 이른바 ‘차세대 3인방’의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전대에서 후 주석의 뒤를 이을 ‘집단 후계체제’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현재 치열한 업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커창 서기는 동북지방 노후 공업기지 쇄신과 국유기업 개혁에 매달리고 있다. 리위안차오 서기는 당내 기층간부에 대한 직선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시 서기는 상하이시의 부패 척결과 경제동력 유지라는 숙제를 안고 분투하고 있다.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현안을 하나씩 끌어안고 피말리는 승진시험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리커창 서기는 초반 부진을 씻고 막판 기세를 올리고 있다. 랴오닝성 서기에 오른 뒤 한동안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던 그는 올 들어 다롄에 인텔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는 등 뚝심을 발휘했다. 랴오닝성 지역총생산도 올 상반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8%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6일 랴오닝성의 쾌속 성장을 전하면서 “동북 노후 공업기지 진흥 전략이 뚜렷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위안차오 서기는 거꾸로다. 무난하게 장쑤성의 정치 개혁을 이끌던 그는 최근 환경오염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우시의 상수원인 타이후(태호)에 녹조가 번져 한동안 수돗물 공급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차세대 지도자로서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간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까지 타이후를 둘러보고 환경 보호에 신경을 쓰라고 촉구했을 정도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31일 “리위안차오 서기가 돌부리에 채였다”고 말했다.
시 서기는 상하이에서 꾸준히 힘을 키우고 있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17일 그가 상하이시 제9기 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한 연설을 일제히 비중있게 보도했다. 그는 연설에서 “개혁과 발전이 안정기에 접어든 상하이는 새로운 사상과 이념으로 복잡다단한 장애와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하이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부동산값이 진정세로 돌아선 것도 그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 주석은 2012년 퇴임할 때 주요 파벌로부터 검증받은 인물에게 권력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차세대 3인방의 실적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리커창 서기와 리위안차오 서기는 후 주석의 권력기반으로 알려진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다. 시 서기는 원로들의 자제들로 구성된 태자당의 기대주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