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중 블로거 축첩 관리들에 상 수여
146명 거느려 ‘수량상’ 등 꼬집기
146명 거느려 ‘수량상’ 등 꼬집기
중국의 블로거 사이트인 ‘대륙토론구’에서 얼마 전 ‘전국 얼나이 대회’을 열었다. 얼나이란 첩이나 정부를 가리키는 중국말이다. 첩과 함께 이중생활을 즐기며 돈을 물쓰듯 한 중국 탐관오리들의 행태를 꼬집기 위한 대회였다. 120만명의 회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이 여론조사에선 9개 종목에서 ‘영광의 수상자’가 탄생했다. 그 명단을 보면, 중국 관리들의 축첩 행태가 참으로 대단함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첩을 거느린 관리에게 주는 ‘수량상’은 쉬치야오 장쑤성 건설청장이 받았다. 그는 무려 146명의 정부로 이뤄진 ‘첩들의 부대’를 이끌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중하이 충칭시 선전부장은 여대생 17명과 거의 매일 특급 호텔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드러나 ‘정력상’을 타는 영예를 안았다. 정부들과의 은밀한 성생활을 95권의 일기책에 남긴 리칭산 하이난성 방직국장에겐 ‘학술상’이 주어졌다.
앳된 여성들만 골라 정부로 삼은 리위수 쓰촨성 러산시 시장은 ‘청춘상’을 받았다. 그는 20명의 정부를 두었는데, 모두 16~18살의 미성년자들이었다. 정부 22명이 서로 시기하지 않도록 화려한 만찬을 연 린룽페이 푸젠성 저우닝현 서기에겐 ‘단결상’이 주어졌다. 딩바오쥐 선전 사징은행 총재는 다섯번째 정부에게 2년 동안 하루 평균 23만위안을 뿌린 것으로 드러나 ‘낭비상’ 수상대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부패한 관리들 뒤에 첩이나 정부가 있다는 사실은 중국 당국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혼인법 개정안 전문 소조 책임자인 우창전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탐관오리의 95%가 한명 이상의 여성과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간부급 관리의 60% 이상이 첩을 두고 이중생활을 즐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광저우와 선전, 주하이에서 부패 혐의로 조사받은 공무원 102명은 모두 혼외정사를 고백했다.
정치적 위세를 떨치는 지도급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6월 사회보장기금 유용 혐의로 해임된 천량위 상하이시 당서기도 첩을 두고 비밀스런 사생활을 즐겼다. 지난 6월 건물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 쑹핑순 톈진시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권력을 남용해 치부한 돈으로 첩과 호사를 부렸다. 최근엔 ‘아시아의 경제부장’으로 통하던 진런칭 재정부장도 미모의 여성이 연루된 성추문설에 휩싸였다.
중국 관리들의 첩 거느리기 열풍은 중국 사회를 뒤흔든 개혁개방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최근 개혁개방 이후 10년 간의 성과분배율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30%가 관리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민과 노동자, 농민공은 각각 1.3%, 0.9%, 0.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홍콩의 한 언론은 “중국 관리들이 개혁개방의 열매로 자신의 밥통을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식인들을 겨냥해 만드는 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는 최근 인터넷판에서 부패 관리들의 축첩 행위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관리들의 축첩 관행을 없애지 않으면 부패를 뿌리뽑을 수 없다며 목청을 높였다. 관리들의 축첩이 중국 백성들의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중국에서 관리들은 모두 공산당원이다. 관리들의 축첩은 곧 공산당의 부패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린 반부패회의에서 먀오웨이가오 당서기가 “첩을 거느린 당 간부는 모두 면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500여명의 참석자들이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얼나이(첩) 올림픽’ 얼굴 붉힌 대륙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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