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유강문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중국 언론이 본 한국대선
중국 언론이 본 한국대선
“한국 대선 판세가 1강1중에서 3자정립 구도로 바뀌었다.”
중국 인터넷 사이트 ‘천룡망’에 떠 있는 한국 대선 관련 소식 가운데 하나다. 지난 7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대결 구도가, 세 사람의 대결 구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진영이 분열함으로써 여권에 기회가 찾아왔다느니, ‘부패와 반부패’의 전선이 강화됐다느니 하는 분석이 뒤를 잇는다.
중국 매체들은 이회창 후보를 소개할 때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대권 도전 삼수란 지적을 빠뜨리지 않는다. 관영 <신화통신>의 인터넷 사이트 <신화망>은 그의 대선 출마 소식을 전하면서, 2003년 12월15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검찰에 출두했을 때의 사진을 함께 물렸다. 사진 속의 그는 입술을 앙다문 채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신화망>은 “대통령 자리를 향한 그의 세 번째 도전이 한국 정치에 충격을 줬다”고 진단했다.
중국 매체들의 이런 관심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이해관계가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신화망>은 이회창 후보와 이명박 후보를 가르는 것은 대북정책이라고 소개했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기 전까진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이회창 후보의 대북관이 북한에 대한 원조를 유지하려는 이명박 후보의 그것과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를 단순한 흥밋거리로 삼는 보도도 적지 않다. 한국 대선 진행 상황을 전하는 <청년참고>의 기사 제목은 ‘한국 대통령 후보들은 풍수를 연구한다’다. 이회창 후보가 군왕의 기를 얻기 위해 최근 조상의 묘를 옮기고, 이명박 후보는 길지를 지키려 이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에서 풍수는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변수이며, 지금도 많은 이들이 신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매체들은 대체로 정치 과정을 전달하는 데 무관심하다. 최근 폐막한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7차 전대)를 보도할 때도 결과만을 충실히 전할 뿐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선 과정을 전하는 기사도 지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회창 후보의 출마의 변을 따옴표까지 쳐가며 소개하고, 이런저런 분석까지 곁들인 것은 이례적이다.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신문망>은 이회창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을 전하면서 ‘박삭미리’(撲朔迷離)라는 사자성어를 썼다. 겉으로 봐서는 남녀·암수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사물이 복잡하게 뒤섞여 분명히 구별할 수 없게 된 상황을 가리킨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한국 대선 구도의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지적하는 표현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중국이 이른바 서구 민주주의의 ‘결함’을 경고할 때 흔히 동원하는 정치적 수사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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