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유강문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한자 강탈” “싫은 나라 1위”
공식매체들, 비판기사 잇따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내는 <국제선구도보>는 최근 중국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로 한국을 가장 많이 꼽았다고 보도했다. 1만2천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을 선택한 응답자가 40.1%로, 일본의 30.2%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극우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 소식을 전하며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나라는 뜻밖에도…”라는 제목을 붙였다. 광저우에서 나오는 <신쾌보>는 최근 ‘한-중 문화전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한자를 강탈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한국의 한 교수가 한자의 한반도 기원설을 주장하며, 한자를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려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한국 일부에서 한의학과 금속활자, 풍수지리 등을 한민족의 문화로 포섭하는 ‘문화공정’을 획책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요즘 한국에 대한 중국 매체의 보도 태도가 심상찮다. 한국을 대놓고 비판하는 기사가 부쩍 늘었다. 그동안 몇몇 누리꾼들이 블로그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개인적 불만이나 악감정을 토로한 적은 있었다. 그렇지만 공식적인 매체들이 지면을 통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산케이신문>의 제목처럼 ‘의외’다. 국가의 통제가 관철되는 중국의 언론환경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 때리기’ 보도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한국이 중국의 전통과 문화를 도둑질하려 한다”는 따위의 거친 비난을 담은 댓글이 쇄도한다. “한국놈은 일본놈보다 나쁘다”는 비방까지 붙는다. 얼마 전 선양에서 한국인 피습 사건이 발생하자, 한 누리꾼이 “중국인들이 드디어 한국인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글을 올렸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냉기다. 이 글은 1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에 대한 보도 태도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예전처럼 역사 문제를 들먹이며 일본을 비난하는 일도 거의 사라졌다. 대대적인 반일행사로 치러지던 난징대학살 70주년 기념식도 올해엔 조용히 진행됐다. 중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반한감정을 부추겨 반일정서를 덮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일본에서 후쿠다 야스오 정권이 출범한 이후 중-일 관계는 급속한 해빙무드로 들어섰다. 일본 총리의 방중을 한사코 거부했던 중국은 지금 후쿠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바쁘다. 중국계 홍콩 신문인 <문회보>는 20일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서울의 중국어 명칭을 ‘한청’에서 ‘서우얼’로 바꿨다”며 그의 민족주의 정서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신문은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한 나라에서 보수세력이 승리할 땐 항상 민족주의 정서가 높았다”며 한-중관계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지금 한국을 향한 중국의 민족주의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공식매체들, 비판기사 잇따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내는 <국제선구도보>는 최근 중국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로 한국을 가장 많이 꼽았다고 보도했다. 1만2천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을 선택한 응답자가 40.1%로, 일본의 30.2%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극우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 소식을 전하며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나라는 뜻밖에도…”라는 제목을 붙였다. 광저우에서 나오는 <신쾌보>는 최근 ‘한-중 문화전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한자를 강탈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한국의 한 교수가 한자의 한반도 기원설을 주장하며, 한자를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려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한국 일부에서 한의학과 금속활자, 풍수지리 등을 한민족의 문화로 포섭하는 ‘문화공정’을 획책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요즘 한국에 대한 중국 매체의 보도 태도가 심상찮다. 한국을 대놓고 비판하는 기사가 부쩍 늘었다. 그동안 몇몇 누리꾼들이 블로그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개인적 불만이나 악감정을 토로한 적은 있었다. 그렇지만 공식적인 매체들이 지면을 통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산케이신문>의 제목처럼 ‘의외’다. 국가의 통제가 관철되는 중국의 언론환경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 때리기’ 보도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한국이 중국의 전통과 문화를 도둑질하려 한다”는 따위의 거친 비난을 담은 댓글이 쇄도한다. “한국놈은 일본놈보다 나쁘다”는 비방까지 붙는다. 얼마 전 선양에서 한국인 피습 사건이 발생하자, 한 누리꾼이 “중국인들이 드디어 한국인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글을 올렸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냉기다. 이 글은 1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에 대한 보도 태도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예전처럼 역사 문제를 들먹이며 일본을 비난하는 일도 거의 사라졌다. 대대적인 반일행사로 치러지던 난징대학살 70주년 기념식도 올해엔 조용히 진행됐다. 중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반한감정을 부추겨 반일정서를 덮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일본에서 후쿠다 야스오 정권이 출범한 이후 중-일 관계는 급속한 해빙무드로 들어섰다. 일본 총리의 방중을 한사코 거부했던 중국은 지금 후쿠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바쁘다. 중국계 홍콩 신문인 <문회보>는 20일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서울의 중국어 명칭을 ‘한청’에서 ‘서우얼’로 바꿨다”며 그의 민족주의 정서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신문은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한 나라에서 보수세력이 승리할 땐 항상 민족주의 정서가 높았다”며 한-중관계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지금 한국을 향한 중국의 민족주의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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